[韓中 정상회담]‘대만문제’ 의견대립… 공동성명 진통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2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도착 첫날인 7일 오후 5시45분부터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단독회담 1시간, 공식수행원이 모두 참석한 확대회담 50분 등 총 1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당초 단독회담은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두 정상간 대화가 북핵문제 외에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에 대한 의견 교환까지 이어지면서 30분을 초과했다. 두 정상은 대화과정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회담 직후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취재기자들로부터 각각 2개씩 4개의 질문을 받았고 회견시간도 50분이나 길어졌다. 이 때문에 국빈만찬도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은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확대다자회담 추진에 대한 분명한 합의를 목표로 삼았으나 양국 외교부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노 대통령이 확대다자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후 주석은 ‘당사자간 대화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선의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정상회담에서 ‘확대다자회담’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 데다 후 주석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뜻할 수도 있는 ‘당사자간 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탓에 양국간에 이견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당사자간 대화란 다자회담의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며 확대다자회담도 거기에 포함된다”면서 “회담 형식 같은 문제는 정상회담의 협의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통상 정상회담 직후에 발표하는 공동성명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공동성명을 위해 양측이 절충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며 “8일 오후 노 대통령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면담 이전에 결론이 날 것이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확대다자회담 추진을 포함해 북핵문제에 관한 진전된 합의를 요구하는 우리측과 ‘대만 문제’에 대해 1998년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표현보다 더 강한 표현을 요구하는 중국측간의 절충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면적 협력동반관계’로 격상시켰다. 양국관계에 대한 표현은 92년 수교 당시 ‘우호관계’, 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문 때 ‘협력동반자관계’로,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방한 때 ‘전면적 협력관계’로 조금씩 격상돼 왔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두 정상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 “중국의 급성장은 주변국에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경제 교류 외의 모든 영역까지의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양국간 협력관계를 궁극적으로 동북아 경제공동체, 평화체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우의를 과시했다.

베이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