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감 선거에 ‘인사권 각서’라니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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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충남도교육감 선거 때 후보자들 사이에 ‘추악한 거래’가 있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우리 교육이 왜 침체되어 있고 교육개혁이 왜 뒷걸음질치고 있는지, 이 사건은 그 원인의 단면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선거에서 2위 득표를 한 강복환 현 충남도교육감은 3위 득표를 한 후보에게 일부 교육청의 인사권을 넘겨주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지지를 얻어내 당선됐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비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금품 살포와 향응 제공 등 불법 및 타락 행위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인사권까지 거래된 게 사실이라면 비리가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교육자치의 정점인 교육감 선거는 어느 나라에서든 지역사회의 명망 있는 교육자들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 행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이 돈과 이권이 오가는 ‘저급한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교육부의 ‘원초적 무능’에다 전교조의 ‘과격 투쟁’, 여기에 교육감의 ‘인사권 나눠먹기’까지 교육계의 각 주체가 모두 중병에 걸려 있으니 지금 상태로는 교육의 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다가는 언제 우리 교육이 ‘사망선고’를 받게 될지 걱정이다.

전교조의 과격 투쟁방식도 문제지만 교육감들도 그동안 인사권 전횡과 감춰진 흠집 때문에 전교조에 대해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전교조 앞에 떳떳할 수 없는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최근 내놓은 지방분권 로드맵은 교육 자치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되어 있어 과연 현실감각이 있는 정부인지 쓴웃음을 짓게 한다. 교육감에게 지역교육의 전권을 맡기고 교원의 임용권까지 부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인사권을 밀거래하는 교육감에게 전권을 부여할 때 그 결과가 어떨지 두렵기까지 하다. 속으로 곪아터진 교육 자치의 내부를 뜯어고치는 것이 지방분권보다 앞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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