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자 받기 '별따기'…2시간 기다려 3분인터뷰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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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험난해지는 미국행.’ 올해 8월 미국 유학길을 떠나는 정모씨(29)는 과거에 비해 비자 발급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진 데다 비용도 많이 들어 어려움을 톡톡히 겪었다. 더구나 앞으로 미국 비자 신청시 인터뷰가 의무화되면 비자 발급 대기기간이 그만큼 길어지게 돼 신청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씨가 비자를 신청한 날은 지난달 2일. 공교롭게도 이날 주한 미대사관은 비자 인터뷰 예약 수단을 30초에 200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ARS 유료전화로 일원화했다. 각종 절차에 대한 설명이 많은 ARS 유료전화의 특성상 정씨는 통화한 지 10분이 훨씬 넘어서야 예약 날짜를 잡을 수 있었고 결국 8000원가량의 전화비를 물어야 했다.

정씨는 “인터뷰 가능 시간과 내가 원하는 시간을 한눈에 대조할 수가 없어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씨는 13일 인터뷰를 한 뒤 6일 만인 19일 비자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처음 신청한 날로부터 17일이 걸린 셈이었다.

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비자 발급 수수료를 65달러에서 100달러로 인상했다. 비자 발급에 드는 부대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발급된 비자를 자택으로 배달받는 택배비용 8000원가량도 고스란히 신청자 부담. 직접 비자를 수령해갈 수도 있지만 비자가 언제 나오는지를 전화로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비자 신청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택배를 이용하게 된다.

미국 비자 신청은 연간 약 50만건. 요즘 같은 여름 성수기에는 유학 비자와 관광 비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 하루 최고 2000여건에 이르는 비자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8월부터 인터뷰가 의무화될 것으로 알려진 뒤 그 전에 비자를 받으려는 신청자들로 주한 미대사관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재는 비자 신청자 중 인터뷰 대상자 비율은 30% 안팎. 하지만 인터뷰 의무화가 되면 대부분의 신청자들이 인터뷰를 거쳐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비자 발급 대기시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미국 유학 비자를 받은 서모씨(27·여)는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2시간을 기다려 고작 3분동안 인터뷰를 했다”며 “앞으로 인터뷰가 의무화되면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자 신청에 필요한 구비서류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제출해야 하는 사진 규격이 명함판이나 여권 사진 등 시중에 널리 쓰이는 것과 달라 사진 값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사진 속 얼굴의 위치나 방향까지 일일이 명시돼 있을 정도다.

또 인터뷰를 담당하는 영사에 따라 비자 발급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형평성 차원의 불만도 있다. 이민 비자 전문인 법무법인 한울의 노영호(盧榮昊) 변호사는 “8월에 인터뷰 대상이 확대되면 업무량이 폭증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인터뷰 담당자들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비자 발급에 관한 공정성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민법과 비자 문제를 담당하는 이철우(李哲雨) 변호사는 “이는 일종의 외교 문제”라며 “일부 절차가 까다롭더라도 비자 규정은 미국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만든 것이므로 문제가 있으면 국가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나드 알터 총영사는 “주권국가로서 어떤 사람을 받아들일지는 (미국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비자 발급 비용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발급에 따른 제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낮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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