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북유럽 모델]성장-평등 균형 이룰때 노사 안정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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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로 네덜란드식 유형이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식 노사관계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노사관계는 개별국가의 정치 사회적 전통과 현실조건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으며 크게 △영국의 노사자율주의 △독일의 공동 의사결정제 △북유럽의 노-사-정 위원회 제도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유럽의 노사관계에서 ‘경제 성장’과 ‘사회적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안정을 유지했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사회 불안이 나타났다.

▽영국의 노사자율주의=영국은 전통적으로 노사관계에서 최저임금제와 같은 법적 보호나 제도를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영국 노조는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다소 전투적인 모습을 보였다.

70년대 영국 제조업은 국제경쟁력을 잃은 채 정부보조금 등으로 힘겹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을 통해 두 차례나 정권을 갈아 치울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이때 집권한 마거릿 대처 총리는 노조의 파업면책권을 빼앗고 기업에 지급하는 정부보조금을 끊었다. 그 결과 81∼83년 3년간 많은 제조업체가 문을 닫고 300만명의 실업자가 생겼다.

대처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달리 실각하지 않고, 또 경제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84년 포클랜드전쟁과 금융·서비스업 등 대안(代案)산업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

연세대 이지만(李志滿·경영학) 교수는 “79년 북해(北海)에서 가스와 유전이 발견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석탄산업을 포기할 수 있었던 배경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며 “영국의 경험이 과연 모든 산업이나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공동의사결정제도=독일의 노사관계 유형은 정부의 법적인 장치 제시가 중심이 되고 있다.

경영자 대표와 노조 대표가 임금 및 경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공동결정하지만 70년대 이후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경영자측은 수적인 면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의사결정제도의 역사적 배경은 독일이 후발 산업국가로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져 파업에 따른 경제적 폐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자가 기업을 지배해 고용의 안정성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

▽북유럽의 노-사-정 3자주의=‘사회 민주주의적 조합주의’로 불리는 스웨덴 모델은 노사정의 3자주의(三者主義)적 노사관계이다.

3자가 합의한 임금협상 내용을 법적결정권을 가진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 정부의 역할은 협의과정의 중재자다.

스웨덴 투자청 대외관계 책임자 에니카 렘은 “정부는 각 분야의 탈규제와 자유화를 통해 사회의 생산성을 높였고, 노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업이 발전하지 않으면 고용창출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의 신기술 도입과 노동력 절감 투자사업에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스웨덴에 비해 네덜란드는 다당제 정치구조 속에서 노사와 정부가 포함된 사회경제협의회(SER)의 중재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물가 연동 임금인상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일자리 창출을 합의한 82년 바세나르 대타협 후 네덜란드 노동시장은 훨씬 유연해졌다. 많은 직장인이 파트타임이나 계약직이지만 해고되면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는다.▽한국형 모델의 모색=진보 성향의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만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적절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등 다른 각도의 보상을 통해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지만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노조는 스스로 교육과 훈련기능을 떠맡아 숙련도를 높임으로써 품질향상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재계에서는 “노조가 경영권을 침해하면 노조 본연의 존립근거에서 벗어난 것”이라면서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노사관계 및 기업구조 비교
영국독일
의사 결정노사 자율주의공동의사결정
정부 역할제한적법적 절차 제공
산업 구조금융, 서비스 중심제조업 중심
기업소유구조주식투자자로 분산전략적 투자자로 집중
기업 목표수익수익, 시장점유율, 고용
경쟁력 원천혁신(신규 산업)
가격경쟁력(기존 산업)
개량 및 품질 향상을
통한 비가격 경쟁력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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