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화려한 볼거리 밋밋한 줄거리 '신밧드:7대양…'

  • 입력 2003년 7월 7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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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현실이 공존할 수 있고 중력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애니메이션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장르도 흔치 않을 것이다. 현재 상영중인 ‘니모를 찾아서’가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정점을 보여준다면 11일 개봉될 ‘신밧드: 7대양의 전설 (Sinbad: Legend of the Seven Seas)’은 전통적인 2D 셀 방식과 3D를 혼합한 애니메이션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평온한 세상이 따분한 혼돈의 여신 에리스(목소리연기 미셸 파이퍼)는 해적 신밧드로 위장해 시라큐스의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책’을 훔친다. 범인으로 지목된 신밧드(브래드 피트)가 결백을 주장하자 그의 친구이자 시라큐스의 왕자인 프로테우스(조셉 파인즈)는 신밧드를 대신해 감옥에 갇히고, 신밧드는 열흘 안에 책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프로테우스의 약혼녀 마리나(캐서린 제타존스)는 신밧드가 약속을 지킬 것인지를 감시하기 위해 몰래 배에 오른다.

3년에 걸쳐 60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에서 물의 요정 사이렌들이 나타나 선원들을 유혹하는 장면, 에리스의 요새 타타루스에서 바람에 따라 모래 바다의 지형이 바뀌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3D 캐릭터인 사이렌들이 2D 캐릭터인 선원들을 쓸어내리고 물방울로 부서지는 장면은 2D와 3D가 완벽하게 결합된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글래디에이터’의 각본을 쓴 존 로건이 다듬은 시나리오는 단순하고 빈 구석이 별로 없다.

영웅인 척 하지 않는 신밧드, 안락함을 접고 거친 모험에 대한 꿈을 좇는 마리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마리나를 떠나보내는 프로테우스 등 캐릭터들의 성격도 ‘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거리 이상으로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많지 않다. 에리스가 신밧드에게 “네 영혼도 나처럼 사악하다”고 유혹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다. 결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좋아하기 어려운 것처럼, 무결점의 캐릭터들에게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 팀 존슨과 패트릭 길모어가 공동으로 연출했다. 전체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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