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숙씨, 河西 김인후 시문집 ‘백련초해’ 한글 완역

  • 입력 2003년 7월 6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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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 선생의 시문집이 500여년 만에 후손에 의해 현대어로 번역돼 널리 보급되게 됐다.

하서 선생의 14대손인 김용숙(金容淑·69.사진)씨는 한문과 옛 한글로 된 하서 선생의 시문집 ‘백련초해(百聯抄解)’를 오늘날의 한글로 쉽게 풀어 쓴 책을 최근 펴냈다.

하서 선생은 태극음양론, 사단칠정론, 천명사상에 통달하고 천문 지리 의약 율역에 정통해 조선의 정조대왕이 도학(道學)과 절의(節義), 문장(文章)을 두루 갖춘 사람은 하서 선생뿐이라고 극찬했던 대학자다.

백련초해는 조선 명종 때 하서 선생이 초학자(初學者)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해 고대 명시 가운데 칠언고시 100수의 한자 아래에 음을 달고 그 옆에 한글로 뜻을 풀이한 문집으로 후손들에 의해 판각(板刻)으로 만들어져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에 보관 중이다.

필암서원 별유사(別有司)를 맡고 있는 김씨는 백련초해가 어려운 한문과 500여년 전의 한글로 인해 쉽게 읽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워 3년간 노력한 끝에 100수의 칠언고시를 완벽하게 번역했다.

김씨는 “하서 선생은 ‘언문’이라고 한글을 천시하던 당시에 한글을 애용하고 전파했는데도 이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며 “국문학자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시에 담겨진 정신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번역했다”고 말했다.

이돈주(李敦柱) 전남대 명예교수는 “백련초해의 470여개 어휘는 16세기 한글의 형태와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뒤늦게나마 후손이 하서 선생의 글을 현대 국어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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