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유치방해' 논란]아벨란제 "金의원 출마 알고있었다"

  • 입력 2003년 7월 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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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좌절된 이틀 뒤인 4일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IOC 부위원장에 당선되자 그를 비난하는 여론이 뜨겁다.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고는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 결과적으로 평창의 유치 실패로 직결됐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동계올림픽 유치와 부위원장 출마를 놓고 양다리 걸치기를 한 정황은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

▽김 위원의 이중플레이=제115차 IOC총회가 열린 1일 체코 프라하 현지의 힐튼호텔. ‘밴쿠버는 모든 점에서 앞서 있으며 평창은 20표 이상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기사가 실린 독일의 격주간지 스포르트 인테른 수천부가 로비에 뿌려졌다. 이 잡지는 김 위원의 기관지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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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위는 이 사실을 들어 “평창이 당선권 안에 들어왔다는 정보를 접한 김 위원이 일부러 흑색선전을 펼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국가에 두 개의 파이를 동시에 주지 않는 게 IOC의 생리이기 때문에 김 위원이 부위원장에 집착한 나머지 평창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IOC 위원을 만났으나 ‘닥터 김(김운용)’을 잘 알고 있다는 말만 들었지 그로부터 평창 지지를 부탁받았다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6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2010년 동계올림픽의 강원 평창 유치 실패를 둘러싸고 제기된 그의 책임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변영욱기자

이에 대해 김 위원은 “부위원장 선거는 개최지 투표 다음에 열렸기 때문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선거운동도 개최지 투표가 끝난 뒤부터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내가 나간다고 한 적도 없지만 안 나간다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부위원장 출마 여부가 도마에 오르자 프라하로 출발하기 전부터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한편 개최지 투표가 열리기 전 주앙 아벨란제 IOC 위원(전 국제축구연맹 회장·브라질)은 캐나다 토론토 선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의 부위원장 출마를 예견하고 “부위원장 당선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다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도 그의 출마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10표의 진실은=김 위원은 프라하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2표가 나오면 20표는 내 표”라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김 위원은 애당초 평창이 유치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가 유치활동을 사실상 방해했는지의 여부.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걸림돌이 됐다면 유치 실패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이 부위원장에 출마하지 않으면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 포기를 종용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 바람에 10표 이상 날아갔다”는 유치위 관계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김 위원이 부위원장 투표에서 55-44로 승리했고, 김 위원에게 져 탈락한 게르하르트 하이베리 위원(노르웨이)이 IOC 내에서 상당한 실력자임을 감안할 때 김 위원이 개최지 투표 전 불출마를 선언했더라면 하이베리 위원 지지표의 상당수를 평창이 흡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은 1차투표에서 밴쿠버에 51-40으로 앞섰지만 과반수에 불과 3표가 모자라 2차투표까지 간 끝에 개최권을 내줬다.

한편 공노명 유치위원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더 이상 말할 가치조차 없다”며 김 위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운용씨 IOC부위원장 출마 관련 발언록▼

▽한번도 나간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자회견까지 열어 불출마 선언을 하란 말인가 (6월 26일, 자신의 IOC 부위원장 출마가 2010동계올림픽 유치에 감표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창유치위원회측 주장에 대해).

▽내가 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나 (6월 30일 체코 프라하 힐튼호텔, 부위원장 출마설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말머리를 돌리며).

▽빵이나 먹고 홍보대사를 시켜 거리에서 아무리 이벤트를 열어봤자 소용없어. 직접 표를 찍는 IOC 위원 마음을 움직여야지. 22표가 나오면 2표는 평창유치위원회에서 따낸 거고 나머지는 내 표라고 보면 돼 (7월 1일 힐튼호텔, IOC 위원의 표를 직접 끌어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며).

▽북한의 장웅 IOC 위원도 그랬어. 내가 부위원장 출마하는 게 평창의 득표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7월 1일 힐튼호텔, 장웅 위원과의 면담 뒤 부위원장 선거는 개최지 투표 이틀 뒤 열려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하며).

▽이번에 안 돼도 낙담할 것은 없어. 2014년에는 분명히 되리라는 게 IOC 내의 분위기야 (7월 1일 힐튼호텔. 투표 전날 평창의 유치 실패를 예상하며).

▽평창이 이만큼 표를 끌어 모은 것은 IOC에서 나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 (7월 2일 힐튼호텔, 평창이 비록 밴쿠버에 지긴 했지만 예상외로 선전하자).

▼김운용은 누구▼

김운용 IOC 부위원장(72)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옹호하는 쪽과 혹평을 서슴지 않는 쪽이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 물론 후자가 많다.

옹호하는 쪽은 그가 한국이 낳은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이라는 주장.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를 이끌고 있으며 18년째 IOC 위원으로 활약 중이라는 사실에서다. 한때 전임 IOC 위원장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의 ‘황태자’로 불렸던 그는 92년 4년 임기의 IOC 부위원장에 처음 당선됐고 2001년에는 위원장 선거에 나서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에서 각종 비리와 추문에 연루되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왔다. 국내에서는 태권도연맹의 단증 심사와 관련된 금품 수수설에 휘말렸고 IOC에서는 아들 존 김(한국명 김정훈)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에 때맞춰 조직위에 취직한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또 이 대회 쇼트트랙 경기에서 김동성의 실격 판정이 나왔을 때 한국선수단 의견은 묵살한 채 단독으로 폐회식 참가를 결정했다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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