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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계좌추적]'150억 사용처' 증거은폐 차단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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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계좌추적]'150억 사용처' 증거은폐 차단나서

입력 2003-07-06 18:38수정 2009-10-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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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건네졌다는 정황을 파악, 수사를 벌이다 중단한 ‘현대 비자금 150억원’에 대해 검찰이 6일 계좌추적에 착수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계좌 추적이 사건 관련자들의 증거인멸에 대비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우려하고 있다. 150억원 관련 수사를 새 특검 또는 검찰의 다른 수사 주체가 맡을 때까지 미룰 경우 돈세탁을 주도한 김영완(金榮浣)씨 외에도 관련자들이 추가로 해외로 도피하거나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은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좌 추적 결과 150억원 비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된 경로가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의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계좌 추적은 수사 주체가 일단 정해진 이후 진행되는 것이 상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사실상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청와대 등과 교감이 있거나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의 지시 아래 이 사건과 관련된 ‘제2 특검법안’이 무산될 것을 전제로 계좌 추적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새 특검법의 합의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야당이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아 검찰이 선수(先手)를 쓴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대검 중수부가 정치적 성격이 농후한 이 사건을 맡을 경우 송 총장이 구체적인 수사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수사 주체와는 무관하게 수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특검팀이 검찰에 넘긴 수사 자료는 라면상자 1개 분량. 특검팀은 150억원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의혹의 중심이었던 김씨의 본인 계좌도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특검팀의 자료는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단서’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 수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검이 이용호게이트 특검 수사 자료를 토대로 전력을 기울였지만 김홍업(金弘業)씨 비리 의혹을 밝혀내기까지 4개월이나 걸렸다”며 “비자금 규모가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데다 특검의 조사 기간도 지극히 짧아 특검이 넘긴 자료가 계좌 추적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 전 장관과 김씨 등 핵심 인사들과 주변 인물들로 계좌 추적을 확대할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150억원 돈 흐름과 관련, ‘박 전 장관에 대한 뇌물설’뿐만 아니라 ‘민주당 비주류의 총선 자금설’ ‘민주당 주류의 정치자금 세탁설’ 등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150억원이 쉽게 ‘몸통’을 드러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들도 많다. 또 돈세탁의 핵심 인물인 김씨와 부하 직원 임모씨 등이 특검 수사 직전 출국했고 이들의 돈 세탁수법 또한 정교해 실체 규명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정치권이 150억원과 관련된 새 특검법을 통과시킬 경우 검찰은 계좌 추적 결과를 다시 새 특검팀에 넘길 방침이어서 한 사건을 3개의 수사 주체가 돌아가며 수사하게 되는 결과도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北 29개계좌로 분산송금 요구한 까닭은…▼

북한 당국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현대로부터 4억5000만달러를 송금받으면서 왜 29개나 되는 해외비밀계좌를 대거 이용했을까? 보안을 위해서는 극소수의 송금계좌를 이용하는 것이 상식. 그런데도 북한측이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비밀계좌를 대거 노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북한의 송호경(宋浩景)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재정담당 인사를 통해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29개의 송금용 ‘돈자리(계좌)’번호가 적힌 문건을 전달했다.

돈자리가 있는 해외은행의 국적은 중국은행(13개 계좌), 일본아시카가은행(5개 〃), 싱가포르개발은행(5개 〃), 영국홍콩상하이은행(6개 〃) 등 4곳에 걸쳐 있었다. 계좌 주인도 N무역, K상사, J무역상사, D은행, D은행-2, H사 등 북한의 6개 기관과 업체였다.

의외로 많은 계좌로 송금이 이뤄지는 바람에 차질이 빚어졌다. 2000년 6월 9일 국가정보원이 현대상선의 의뢰를 받아 입금한 4500만달러는 계좌 명의주가 ‘D은행-2’였으나 ‘D은행’으로 잘못 기재돼 3일 뒤인 12일 재입금하기도 했다.

북한이 많은 계좌를 활용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돈을 소액으로 쪼개 받았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싱가포르지사는 4개 북한계 은행과 상사에 1억달러를 8회에 걸쳐 1250만달러씩 쪼개 송금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 정부가 송금된 돈을 비밀리에 여러 용도로 쓰기 위해 다수의 계좌에 분산했을 가능성이다. 북한 당국이나 기관은 그동안 현대가 사업권 확보 대가로 보낸 4억5000만달러에 대해서도 단 한차례 공식 언급한 적이 없었다. 돈을 ‘분산관리’할 경우 북한 내에서도 돈을 빼내 쓸 때 보안이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현대 계열사들이 거액을 소수의 계좌로 송금할 경우 대북송금 사실이 의외의 사람에게 노출될 수도 있음을 북한측이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계좌로 얼마씩 부쳤는지는 국익과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 수사로 북한의 해외비밀계좌 수십개가 한꺼번에 드러난 이상 북한은 국제간 비밀거래에서 한동안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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