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차트 안녕… 디지털 병원 시대” PDA 전자기록 시스템

  • 입력 2003년 7월 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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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속이 자주 쓰리는 등 위염 증세가 있는 A씨가 병원 내과를 찾았다. 내과의사 B씨는 A씨가 위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하고 이미 퇴근한 외과의사 C씨에게 수술 협진을 의뢰하기로 했다. B씨는 개인휴대단말기(PDA)로 C씨를 호출했다. C씨는 자신의 PDA로 A씨의 과거병력, 건강상태 등을 조회한 뒤 일정을 살펴보고 수술날짜를 정해 B씨에게 알려줬다. 병원에서 종이로 된 환자의무기록카드(차트)가 사라지고 무선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예상되는 ‘진료 풍경’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들이 8월부터 이 같은 ‘무선 디지털 진료’를 가능케 하는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과 PDA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예상이 곧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EMR와 PDA의 결합=EMR는 환자의 정보와 진료기록, 과거병력, 처방, 통계 등을 디지털 처리해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뒤 의료진이 자신의 단말기로 확인하는 시스템. 물론 종이 차트는 사라진다. 이미 많은 병원에서 도입한 의학영상시스템(PACS·필름을 디지털 처리하는 시스템)과 함께 ‘디지털 병원’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PACS 도입으로 의사와 병원이 편해졌다면 EMR는 환자들의 불편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종이 차트를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대기시간이 줄고 협진시 차트 분실의 위험도 적다. 또 한 명의 의사만 상대하더라도 그동안 자신의 병원이용기록과 상태, 처방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DA까지 도입될 경우 의사가 병원 밖에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협진이 가능하다.

▽추진 현황과 과제=대구 계명대 부속 동산의료원이 1999년 처음으로 EMR를 도입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도입했고 분당 서울대병원도 최근 개원하면서 전격 시행했다.

그러나 PDA를 함께 도입해 무선 디지털 진료시스템을 구축한 병원은 아직 거의 없다. 시범적으로 실시한 일부 병원을 제외하면 8월부터 전면 도입하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이들 병원은 이를 위해 각각 PDA 1500대와 2000대를 주문했으며 이달 중순부터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또 다른 대형 병원들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EMR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환자와 의사가 뒤엉켜 경황이 없는 응급실에서 PDA를 꺼내 정보를 입력하거나 꺼내 보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병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때까지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금방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본격 시행에 앞서 이달 중순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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