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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모래판의 아나운서' 김상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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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모래판의 아나운서' 김상준씨

입력 2003-07-06 18:17수정 2009-09-2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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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씨 -김미옥기자

“민속씨름은 국민스포츠입니다.”

‘모래판의 아나운서’ 김상준(金上俊·58)씨가 지난달 말 방송계를 떠났다. 83년 4월 민속씨름 창설 원년 라디오방송 때부터 씨름중계를 시작, 지난해 초까지 무려 20년간 씨름중계와 ‘씨름’해온 그는, 바로 이 공로로 지난달 창설 20주년을 맞은 한국씨름연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씨가 씨름판과 인연을 맺은 것은 프로씨름이 시작되기 전인 1981년. 당시 KBS 아나운서 실장이 그의 목소리 톤이 씨름중계에 적합하겠다며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폭발적인 성량 덕이었죠. 경기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예측이 가능한 야구의 경우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가 없어 섬세하고 가느다란 소리가 적합한 반면, 축구나 씨름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소리를 낼 수 있는 큰 성량이 필요하거든요.”

전혀 생소한 씨름경기 용어인 안다리 밭다리 들배지기 등을 배우느라 고생도 적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프로씨름의 인기가 치솟던 초창기. 당시에는 씨름 방송이 9시 뉴스 시간을 잠식하기도 했다. “결승전에 나선 선수들이 샅바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오후 9시 뉴스도 미뤄졌죠. 그때 중계 스태프들의 초조한 기색이 아직도 눈에 선하죠. 오죽하면 저 또한 샅바싸움만 하는 선수들에게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었겠어요.”

그가 꼽는 기억에 남는 선수들은 여느 씨름 팬과 다를 바 없는 듯했다.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등이 그들. “이만기는 행운도 있었지만 경기 운영의 묘를 아는 대단히 영리한 선수였고 이준희는 모래판 신사라는 별명답게 뚝심과 지구력이 대단히 좋았지요.”

75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아나운서실장, 전주방송총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어연구원 표준어 사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지난달 말 정년퇴직한 그는 얼마 전부터 동아방송대에 겸임 교수로 출강해 자신의 아나운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강의 때마다 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이건 시청자에게 꽃다발을 안기는 마음을 잊지 말고 아름다운 한국어를 가꾼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지요.”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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