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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이은우/원전폐기장 유치와 '경품' 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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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이은우/원전폐기장 유치와 '경품' 2조원

입력 2003-07-06 18:04수정 2009-10-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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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 지방자치단체에 ‘경품’을 내걸었습니다. 경품 규모는 최저 2조100억원. 작은 시군의 수십년치 자체 예산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경품을 타는 방법은 원전 수거물(방사성 폐기물) 부지 유치 신청을 하면 됩니다. 신청 기한은 이달 15일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경품에도 선뜻 나서는 자자체는 없습니다.

원전수거물 부지 문제는 1970년대부터 불거졌습니다. 그동안 많은 후보지가 떠올랐지만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부지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90년대 들어 200곳이 넘는 후보지를 탐색했고 2000년 울진 영덕 고창 영광 등 4곳을 우선후보지로 정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더 이상 부지선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당근을 내놓습니다. 방사성 폐기물 관련 법에 따른 지원금은 3000억원. 여기에다 정보화마을, 주택개선, 도로건설, 산업단지 등 지역개발 약속이 쏟아집니다.

또 국책사업인 양성자가속기사업을 해당 지역에 유치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죠. 지원금 규모는 최고 3조원으로 높아졌습니다. 후보지도 여러 지자체로 넓혔습니다.

선거를 의식하는 민선 지자체장이 비난을 무릅쓰고 부지 신청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산자부는 주민투표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주민 다수의 유치의사를 확인해 지자체장의 부담을 덜어줄 요량입니다.

최근 여러 시군에서 지자체장 지방의회 주민 등의 유치 청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다수’는 유치를 원한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과거 울진 등에서 원전 건설을 지지한 사람들이 ‘매향노(賣鄕奴)’로 지목돼 고향을 떠난 사례가 있습니다. 유치를 원해도 겉으로 말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지자체장 의회 주민 환경단체 등의 미묘한 엇갈림은 우리 자치제도의 현실입니다. 이런 탓에 시설 유치와 장기 지역발전, 안전성 등에 대한 성숙한 토론이 이뤄지는지 의문입니다. 중소 지자체에 수조원의 ‘경품’을 내걸어야 하는 정부의 답답함도 안쓰럽습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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