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분당-죽전주민 또 ‘지름길 싸움’

  • 입력 2003년 7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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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죽전동의 아파트 주민들이 또다시 길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6일 오전 10시경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 LG아파트 앞 진고개 공원. 10여분 동안 차량 4대가 공원을 가로지르는 20여m의 도로에 진입하려다 도로 양 방향에 세워져 있는 철근 말뚝(사진)을 발견하곤 차를 돌렸다.

이 도로는 무지개마을과 죽전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단지를 잇는 샛길. 지난달 28일 구미동 입주자대표협의회(협의회)가 사고 위험과 공원 시설물 훼손 등을 이유로 차량 통행을 막았다.

협의회 김선기 회장은 “지난해 2월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죽전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이 늘어났다”며 “산책로 본래의 목적을 되찾기 위해 폐쇄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반면 12개 아파트 단지에 2만여명이 사는 죽전동 주민들은 분당으로 이어진 지름길이 막히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성영년씨(72·여)는 “이 도로는 분당이 생기기 전부터 경운기 우마차 등이 다니던 농로였다”며 “뒤늦게 공원을 만들더니 산책로라며 차량 통행을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홈타운 송영구 관리소장은 “도로 폐쇄로 2∼3km를 우회해야 하고 성남대로가 상습 정체구간이어서 출퇴근시간이 20∼30분 더 걸린다”며 “주민들이 성남과 용인 양쪽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 관계자는 “진고개 공원 산책로는 시와 협의 없이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다”며 “조만간 협의회에 말뚝 철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철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혀 분당―죽전간 ‘제2 도로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한 차례 분당과의 길싸움에서 판정패한 죽전 주민들은 법적 대응엔 소극적이다.

문제의 도로에서 200여m 떨어진 무지개마을 대림·주공아파트와 죽전동 중앙하이츠 아파트 단지 사이에 난 도로는 4월부터 중앙하이츠 주민 271가구가 월 250만원을 모아 성남시에 내는 조건으로 이용하고 있다.

2001년 11월 성남시가 시유지에 임의로 개설된 도로라며 이곳에 차량 진입 방지석을 설치하자 중앙하이츠 주민들이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성남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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