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상차림이 음식물쓰레기 발생 부추겨”

  • 입력 2003년 7월 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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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가지고 장난을 쳐서 음식물에 대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사진제공 SBS
상추를 가지고 장난을 쳐서 음식물에 대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사진제공 SBS
TV가 과도한 상차림의 남발과 음식의 소도구화로 음식물 낭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연맹’·회장 정광모)은 최근 보고서 ‘TV 매체 모니터링을 통한 음식물 쓰레기 감량화’에서 4∼5월 방영된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 등에 나온 23가지의 음식물 섭취 장면 1213회를 분석해 이같이 지적했다.

전국 1일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1만5000여톤(대한영양사협회 집계·2002년)에 달하는 상황에서 TV의 음식물 낭비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과도한 상차림의 사례들은 드라마나 시트콤 등 가정에서 식사하는 장면에 자주 나온다. 조사 대상의 25%가 밥과 국을 뺀 5종류 이상의 반찬이 차려지는 과도한 상차림이라는 것.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5월13일 방송)에서는 9인 가족의 식탁에 20여가지의 반찬이 올랐다. 한국인 성인 남성의 1일 영양권장량인 2500kcal는 매끼 2∼3종의 반찬만으로도 섭취되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상차림은 지나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음식 낭비를 조장하는 사례로는 KBS1 드라마 ‘분이’(4월 25일 방송)가 꼽혔다. 이 드라마는 식사를 마치고 숭늉을 마시는 장면에서 그릇 속의 음식이 수북이 남아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음식을 장난감으로 삼거나 비위생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많았다. SBS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는 살아있는 생선을 때려 기절시킨 뒤 출연자에게 입을 맞추게 하고 상추로 얼굴을 때리거나 과자를 코에 집어넣는 장면 등 네 차례나 지적받았다. MBC 시트콤 ‘논스톱 III’(5월28일 방송)은 딸기를 집은 손을 입으로 빤 뒤 다시 그릇에 손을 집어넣어 불쾌감을 주기도 했다.

한편 분석 대상 장면 중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관한 모범 사례는 KBS2 드라마 ‘아내’(5월 12일)가 꼽혔다. 이 드라마에서는 식당에서 먹다 남은 요리를 포장해가는 부분 등 세차례 나왔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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