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간호장교 2기 김명희할머니, 향군에 6000만원 전달

  • 입력 2003년 7월 4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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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야 빚을 갚은 것 같습니다.”

4일 재향군인회를 찾아 34년간 모은 군인연금 6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증한 김명희(金明姬·78·여·미국 뉴욕 거주·사진)씨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군인이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1948년 간호장교 2기생으로 육군에 입대한 김씨는 6·25전쟁 때 대전 육군병원에서 간호장교로 일했다. 1969년 육군 간호병과장을 끝으로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국립장애인 전문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한국에서의 간호사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47세에 수습 간호사로 다시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간호장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남들이 4년 이상 걸린다는 승급시험을 2년 만에 통과했죠.”

그러나 김씨는 81년 환자가 등을 떠미는 사고로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쳐 간호사 생활을 접어야 했다. 미국 생활 중 김씨는 군인연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았다. 당시 군인연금은 매달 3만9000원이었고 현재는 월 160만원.

“조국에서 주는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값지게 쓸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죠.”

지난달 23일 해외교포 6·25참전용사 모국방문단의 일원으로 방한한 김씨는 이날 재향군인회를 찾아 ‘평생의 계획’을 실천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군인연금을 모아서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다”면서 “북에 남겨둔 두 남동생의 생사를 확인하는 게 남은 소원”이라고 말했다.

재향군인회는 김씨의 기부금으로 매년 6·25전쟁 기념일을 전후해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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