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 GPS독점 못참아"

  • 입력 2003년 7월 4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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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걸쳐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위치정보시스템(GPS)시장을 놓고 미국과 유럽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GPS는 군사적 용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사용되면서 물 석유 전기 통신에 이어 5번째 ‘생필품’으로까지 불리고 있지만, 미 국방부가 통제권을 100%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GPS에 맞서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유럽의 도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36억달러(약 4조3200억원)의 예산안을 책정해놓고도 참여지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온 EU 15개 회원국들은 5월 말 ‘갈릴레오’로 이름 붙인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키로 극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2008년까지 인공위성 30개를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시사지인 포린 어페어스는 최신호(7, 8월호)에서 “미국과 유럽간의 또 다른 분쟁이 하늘을 무대로 시작되고 있다”며 “미국이 갈릴레오 계획을 봉쇄할 수는 없다 해도 GPS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유럽에 응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갈릴레오가 가동되면 GPS와의 전파 뒤섞임이 발생할 수 있다” “갈릴레오의 개방성으로 인해 안보에 위험이 올 수 있다”는 등의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방해전파를 쏘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

그러나 EU는 미국이 군사·외교적 목적을 위해 언제든 특정지역에서의 GPS 서비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게 EU관리들의 설명이다. 1978년 가동에 들어간 GPS는 1983년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을 계기로 민간에 개방됐는데, 현재 GPS 사용자 중 민간인 대 군인 비율이 100 대 1로 민간 수요가 압도적이다. GPS 사용료 수입도 매년 20%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12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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