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의 결정적 장면]2003 한일신인왕전

  • 입력 2003년 7월 4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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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쿵졔 7단 흑 송태곤 4단/216수 끝 백불계승

유리할 때 사소한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모든 불투명성을 버리고 확실한 길로만 나가야 한다. 하지만 조그만 손해라도 보기 싫어하는 프로기사의 생리상 쉽지 않은 일이다. 정확하게 수를 읽었는데 손해 볼 이유가 어디 있는가.

장면도 흑 1이 바로 그런 수. 백 ○로 끊자고 했을 때 흑은 눈 딱 감고 2의 곳에 둬 연결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흑 1은 중앙에 한 집을 내고 자체에서 살겠다는 뜻. 좌하귀에 또 한 집이 있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흑의 생각이 맞다면 공배를 두고 연결하는 것보다는 흑 1이 두세 집 정도 이득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실전도의 백 15처럼 먼저 1선에서 젖히는 수를 깜빡한 것. 결국 좌하귀에 패가 나서 형세는 역전됐다.

만약 흑이 장면도 2로 연결했다면 반면 10집 정도 유리했다. 혹 모를 변수에 대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튼튼하게 잇거나 가일수하는 이창호식 발상은 바둑 신이 아닌 이상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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