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 입력 2003년 7월 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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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공선옥 지음 노익상 박여선 사진

248쪽 8500원 말

소설가 공선옥(40)이 길을 나섰다. 처연한 삶의 한가운데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소설을 써온 그다. 작가의 이번 첫 기행 산문집에서 그 냄새는 더욱 짙다.

동짓달 짧은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어느 날, 작가는 길에서 약장수 행상 할매를 만난다. 봇짐을 등에 메고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지복덕 할매.

“내 이름을 나도 잊어불고 있었네. … 지 복에 살고 지 덕에 죽으라는 이름이지 뭐. 그런디 뭣할라고 넘의 이름을 묻소? 나 잡아갈라고?”

왜 자꾸 따라 오느냐고 작가를 구박하면서도 할매는 나란히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뜬금없이 혼잣소리도 하면서. “애기들이 땅에 툭 떨어지면 왜 우는고 허니, 이 고생스런 세상 어찌 사누, 허고 처울지. 어허, 뭐든지 맘대로는 안 되는고나.”

여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인생은 이렇게 걷는 거야. 두려워할 것 없어. 걷다 보면 당도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지. 우리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오직 걷는 것, … 거기에서 힘이 나오는 거라고. …누구의 도움 하나도 구하지 않고 의연하게, 당당하게. 그저 내 한발 내딛는 딱 그만큼씩만 얻으며.’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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