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바라트' 어둠의 바다에서 만난 희망의 섬

  • 입력 2003년 7월 4일 17시 26분


코멘트
◇아바라트(전 2권)/클라이브 바커 지음 이민아 옮김/상권 263쪽 하권 300쪽 각권 9000원 청미래

미국 미네소타주(州)의 치킨타운에 사는 소녀 캔디. 아버지는 늘 맥주에 취해 있고, 엄마는 노동에 지쳐 있다. 학교에선 선생님이 ‘얼간이 같은 공상’에 빠져 있다며 캔디를 몰아세우기 일쑤다.

숨 막힐 것 같은 학교와 집에서 탈출해 캔디는 마을 외곽에 있는 초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서 여덟 개의 머리를 가진 남자 ‘미스치프 존’과 조우한다. 그는 캔디에게 도움을 청하고, 캔디는 초원에 거대한 바다가 밀려오는 것을 본다.

캔디는 미스치프 존과 함께 바다에 뛰어든다. 바다 건너에는 시간과 공간이 일치하는 또 하나의 세계 ‘아바라트’가 있다. ‘아바라트’는 섬 하나하나가 각각 하루 24시간의 한 시간에 해당하는 24개의 섬과 ‘시간 바깥의 시간’인 25번째 섬으로 이뤄진 군도(群島).

자정의 섬 ‘고르고시움’은 ‘밤의 왕’이라 불리는 캐리온 일가의 터전이며 정오의 섬 ‘이즐’은 대단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섬이다. 오전 3시의 섬 ‘파이온’은 ‘코멕소 회사’의 본거지로 인공조명에 의해 밤이 영구 추방당했으며, 오후 8시의 섬 ‘예바 딤 데이’는 ‘아바라트’ 군도의 비공식 수도이다.

이 판타지의 세계에서 캔디는 마법으로 만든 기계와 곤충, 커다란 나방,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고양이들, 진흙 인간, 애완 오징어, 잔인한 마법사 윙프스윙켈, 겁에 질린 노예 말링고 등을 만난다. 상상력으로 창조된 캐릭터들이 기발하다.

악(惡)의 세계에 속한, 온갖 괴물들이 캔디를 괴롭히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캔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바로 어둠의 힘으로부터 ‘아바라트’를 구하는 것. 더불어 평범한 소녀 캔디에게 주어진 ‘아바라트’에서의 시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는 어떤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다만 누군지 아직 알지 못할 뿐이에요.” (캔디)

“흠, 바로 그게 여행을 하는 이유란다. …캔디, 네가 어디를 향해 가건, 진짜 목적지는… (심장 바로 위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바로 여기란다.” (디아만다)

역자는 “21세기 자본주의의 모순과 환경문제, 국제적인 분쟁을 상징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작가는 이 이야기를 다른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 클라이브 바커는 화가, 영화제작자이자 ‘헬레이저’ ‘캔디맨’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아바라트’에 수록된 그림도 직접 그렸다. 이번에 출간된 ‘아바라트’(상·하)는 저자가 구상 중인 4부작 중 1부에 해당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문을 들어서니 딴 세상에 와 있더라’ 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런 세계를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