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라를 사랑…' 우리는 '국민'인가 '세계시민' 인가

  • 입력 2003년 7월 4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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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한다는 것/마사 너스봄 등 지음 오인영 옮김/202쪽 9500원 삼인

미국의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의미에 대한 16명의 글을 모은 책. 세계시민주의를 주장한 마사 너스봄(시카고대 법학교수)의 글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이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 등을 묶었다. 부제는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너스봄은 “애국주의는 필연적으로 호전적 대외 강경주의나 배타적 국가주의로 치닫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한 논평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애국주의를 지지하고 세계시민주의를 비판하는 입장. 힘 멜파브(뉴욕 시립대학원 명예교수) 등은 세계시민주의가 실체 없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의 애국주의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보편적 이상을 법제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네이선 글레이저(하버드대 교육사회학 명예교수) 등은 애국주의를 세계시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는 등 애국주의에 대한 소극적 지지를 밝혔다.

둘째는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제한적 지지. 콰미 앤소니 애피아(하버드대 철학교수)와 리처드 폴크(프린스턴대 정치학교수)는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과 그 가치의 동등함을 존중하는 세계시민주의적 이상에 동의하지만 문화의 획일화 등 세계시민주의 잠재적 위험성을 우려한다.

셋째는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이미 거트먼(프린스턴대 정치학교수)은 어떤 공동체가 본질적으로 좋다는 논의에서 탈피해 정의를 행하는 공동체에 우리의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보편적 가치를 전제하지 않은 세계시민주의는 애국주의와 마찬가지로 비도덕적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96년에 출간됐지만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뒤 불타오르고 있는 미국 애국주의의 논리적 근거와 그에 대한 비판 논리를 파악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제 ‘For Love of Country:Debating the Limits of Patriotism’.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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