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룰라 첫 시련…‘땅없는 농민’ 농지점거사태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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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농지 재분배를 요구하는 땅 없는 농민들의 농경지 무단 점거 사태가 격화됨에 따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라질의 ‘땅 없는 노동자들의 운동(MST)’이란 단체 소속 농민들은 최근 20여개 주 100여곳에서 농장 습격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땅 없는 농민 200여가족이 최근 대통령궁에서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의 800ha 규모 농장을 점거, 농장주인이 동원한 무장경호대와 대치하고 있어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2일 점거현장을 방문해 농민 대표들과 3시간 동안 대화했다. 농민들은 “우리가 듣고 싶은 유일한 말은 정부가 농민들의 승리를 선언하고, 농지개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새 정부가 농지 재분배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점거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4년 설립된 MST는 그동안 농지 재분배를 요구하며 토지 및 공공건물 점거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1000명가량이 숨졌다.
MST는 노동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이 취임하자 신속한 농지개혁을 기대하며 2개월가량 시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자 “우리는 꼼꼼한 관료들이 심사숙고해서 새 제도를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에는 너무 배가 고프다”며 농경지 점거를 재개한 것.
룰라 대통령은 지난주 빈민층 농민들을 위한 대출자금으로 54억레알(약 2조3000억원)을 책정했으나 농민들은 식량 수송 트럭을 습격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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