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20억원 빼돌린 은행과장 구속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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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예탁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은행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부경찰서는 3일 사채업자와 짜고 고객예탁금 20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K은행 L과장(38)을 구속했다.

또 L과장과 공모한 강모씨(49) 등 사채업자 3명과 이들의 자금세탁을 도운 공무원 윤모씨(48·7급)를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사채업자 8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L과장은 지난달 11일 서모씨가 맡긴 5억5000만원을 입금한 뒤 서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곧바로 인출하고는 정리를 하지 않은 통장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이 돈을 가로챈 혐의다.

L과장은 다음날 인모씨(대부업)가 15억원 인출을 요청하자 전산 입력하지 않은 ‘가짜 수표’ 1장(15억원)을 주고 1억원권 자기앞수표 15장도 빼돌린 혐의다.

L과장은 또 자신이 관리하던 통장에 있던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바꾸는 과정에서 110만원 권 2장을 16억원권으로 임의로 발행해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L과장은 사채업자들과 짜고 높은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전주(錢主)를 모집해 600억원을 조성한 뒤 원금을 돌려줄 때 ‘가짜 수표’를 주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 뒤 전주들에게 지급할 이자를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몫으로 50억원을 챙긴 뒤 외국 도피 계획까지 세웠던 L과장은 억대의 사채 빚과 카드 빚 때문에 최근까지 시달림을 받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경찰 수사에 대비해 ‘대포폰(타인 명의 휴대전화)’과 ‘대포통장(타인 명의 통장)’을 이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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