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핵배낭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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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핵무기 2발은 종류가 달랐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little boy)’는 우라늄탄, 이틀 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맨(fat man)’은 플루토늄탄이었다. 플루토늄을 6kg 내장한 팻맨의 효율(efficiency)은 17%, 고농축우라늄을 60kg 담은 ‘리틀보이’의 효율은 겨우 1.3%였다. 효율이란 이론적으로 핵폭탄이 100% 폭발했을 경우에 대비해 본 실제 폭발력을 말한다. 그런데도 두 도시 상공에는 수km에 달하는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세계 최초의 핵폭탄은 무게도 엄청났다. 당시 기술로 4900kg(팻맨), 4000kg(리틀보이)에 달하는 핵폭탄을 실어 나를 운송수단은 B-29 전략폭격기가 유일했다.

▷그 후 핵무기는 폭발 효율의 대폭적인 향상과 소형화가 꾸준히 이뤄졌다. 운반수단 면에서도 전통적인 미사일과 공중투하방식 이외에 핵포탄, 핵어뢰, 핵지뢰, 핵배낭 등이 속속 선을 보였다. 이 중 80년대 주한미군에 배치됐다가 91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지시로 철수한 핵배낭은 핵무기 소형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핵배낭은 30kg 내외의 무게로 사람이 직접 휴대할 수 있는 크기다. 이런 추세라면 소총으로 발사하는 ‘핵탄환’이 등장할 날도 올지 모른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 소형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래서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무기를 터뜨리려면 대형 트럭에 싣고 목표 지점까지 가야 할 거라는 농담이 오갔다. 그러나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 중이라는 며칠 전 뉴욕 타임스 보도는 이 같은 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한국국방연구원 신성택 박사는 △광복 전부터 폭약기술이 발전돼 있던 북한이 그동안 고성능 폭약제조기술을 개발해 핵무기의 부피와 중량을 대폭 줄였을 가능성 △핵무기 소재가 강철에서 티타늄으로 바뀌면서 경량화가 가능해졌다는 점 △격발장치의 고성능화 등으로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를 이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미국과 일본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94년에도 영변핵시설 폭격을 고려했던 미국의 ‘선제공격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고, 일본도 핵 개발을 서두를지 모른다. 여기에 중국이 가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의 노예 신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미래는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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