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유괴-납치 대책은 '알아서 조심'?

  • 입력 2003년 7월 3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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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을 포함한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잇따라 유괴 납치와 같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과 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을 놓고 있어 어린 청소년들이 범죄로부터 ‘자기방어’를 해야 할 형편이다.

신용카드 빚에 시달리던 최모씨(27)는 2일 오후 2시 경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서 집에 가던 다섯 살짜리 유치원생을 납치한 뒤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최씨는 아이의 부모가 송금한 돈을 찾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등교하던 여고생 김모양(15)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정모씨(22) 등 2명을 구속했다.

김양은 이날 오전 7시 경 대구시 동구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범인들의 마취주사를 맞고 산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했다. 범인들은 김양의 나체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금품을 요구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3일 밤에는 경주에 사는 친구에게 왔다가 포항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던 포항 H고교 3학년 배모양(17) 등 2명이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유인한 30대 남자 3명이 몰던 승용차에 납치돼 3시간 가량 끌려 다녔다.

배양 등은 포항과는 반대방향으로 승용차가 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집에 전화를 거는 것처럼 범인들을 속이고 112에 신고를 해 겨우 위기를 벗어났다. 범인들은 배양 등을 성추행하기도 해 만약 신고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큰 봉변을 당할 뻔한 상황이었다.

또 안동경찰서는 지난달 9일 인터넷채팅으로 알게 된 여고생 2명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김모씨(20)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달 7일 오전 2시 경 여고생 최모양(17)을 자신의 차량으로 납치한 뒤 성폭행한 혐의다. 김씨는 3월 오전 8시 경 안동시 서후면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11)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여학생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흉악범죄가 빈발하고 있지만 사전 예방교육이나 대책은 없어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서’ 조심하는 게 대책 아닌 대책인 셈이다.

중학생 학부모 정모씨(43·대구시 수성구 시지동)는 “납치범죄가 자주 일어나 아이를 마음놓고 학교 보내기가 겁난다”며 “아이에게 낯선 사람이나 차량은 절대로 타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늘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교육당국과 경찰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범죄까지 학교에서 어떻게 대비하겠느냐“고 했고, 경찰은 “범죄 발생시 빨리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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