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新藥' 남기고…홍창용 박사 별세

  • 입력 2003년 7월 3일 0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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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은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의 개발을 주도했던 LG생명과학의 홍창용(洪昌容·사진) 박사가 1일 오후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향년 45세.

서울대 화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 박사는 1993년 LG생명과학에 입사하면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하버드대 시절부터 공부에 관한 한 ‘독종’으로 소문났던 홍 박사는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린 끝에 이듬해인 94년 4월 어느 날 기존 항생제보다 독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항균 효과도 100배 뛰어난 물질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개발 직후 그가 동료들에게 보낸 ‘Congratulations. We made it(축하합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이라는 메모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이후 팩티브 개발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웠다. 그러나 FDA 승인을 기다리던 지난해 6월 첫 번째 뇌종양 자각 증상이 왔다. 수술을 받은 후 의식이 채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는 ‘연구’ ‘신약’이란 단어를 되뇌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회고한다.

한달 뒤 퇴원한 홍 박사는 주변에서 모두 ‘쉬라’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연구 일선에 복귀했으며 신약 재신청 작업을 위해 예전과 다름없이 새벽 퇴근을 반복했다.

팩티브는 2003년 4월 드디어 FDA 승인을 받았지만 홍 박사는 3개월을 못 넘기고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와 20여년간 연구생활을 같이한 김용주(金容柱)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은 “홍 박사는 타고난 연구자였다”고 회고했다. 김 소장은 “그는 ‘한국에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하겠느냐’는 강한 사명감으로 연구에 몰두했으며 10여년간 지루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2일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홍 박사는 이미 훌륭한 일을 했지만 더 살아서 연구자들의 귀감이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LG그룹 연구개발대상 최우수상, 과학기술재단 선정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등을 받았으며 ‘우리 옆집 과학기술자’ 등의 저서가 있다.

유족은 부인 강우경씨와 1남1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반. 02-3410-6903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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