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두 사람은 이탈리아어를 쓴다는 점 말고는 모든 게 상반된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의 방송 신문을 장악하고, 최대의 수퍼마켓 체인까지 갖고 있다. 열렬한 축구 애호가로 최강의 축구팀인 AC 밀란을 소유한 이탈리아 최대 재벌이다. 이에 반해 프로디 위원장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산업장관을 지낸 후 총리가 됐다. 축구보다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0년대 국영식품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뇌물을 뿌린 혐의로 98년 징역형을 받았을 만큼 부패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프로디 위원장은 99년 EU 집행위가 부패 스캔들로 시달리던 때 개혁을 주도할 인물로 선임됐을 만큼 청렴 이미지가 강하다.
프로디 위원장은 평소 “베를루스코니에 비하면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는 아무 것도 아니다”며 비난해 왔다.
이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자신의 징역형에 대한 면책특권법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정적들이 내 스캔들을 계속 문제 삼으면 프로디의 장관시절 부패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EU는 올 하반기 헌법의 기초를 확정하고 회원국을 확대하는 등 중요 일정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업들을 진행시켜야 하는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총리 직을 놓고 또다시 맞붙을 예정이지만 앞으로 반년간 매일 회의를 해야 한다. 일단 프로디 위원장측은 “우리는 조용하게 보조를 맞출 것이다”고 밝혔으나 “베를루스코니측이 공격해온다면 반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일 유럽의 언론으로부터 “부패 정치인이 EU 의장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국민이 이미 내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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