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건교장관 "원칙고수" 뚝심…勞항복 받아내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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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가 1일 파업을 자진 철회한 과정에서의 1등 공신은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노조의 ‘백기 항복’에는 정부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확고하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여기에 이번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킴으로써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따라다니던 ‘노조편향’이라는 오명을 씻는 계기도 됐다.

최 장관은 철도노조가 파업을 예고하자 바로 “이번에는 분명히 원칙을 지킬 것이며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업기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또 국민여론을 ‘원군(援軍)’으로 얻기 위해 출입기자를 포함한 언론인들과 수시로 만나 이번 파업의 불법성과 정부의 확고한 대응방침을 전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불법 집단행동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각계 인사 15만여 명에게 보냈다.

또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8일에는 오전 7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직접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등 교통행정의 ‘야전 사령관’ 책임을 다했다. ‘차분한 아이디어맨이지만 추진력은 약하다’는 그동안의 개인 이미지를 씻기에 충분했다. 5월 초 화물연대 파업 때 초기대응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실추된 이미지도 벗었다.

최 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 전에도 개각이 있을 때마다 2, 3개 장관급 자리에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인정을 받았다. 여기에는 능력뿐만 아니라 소신 있는 공직자라는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일하던 2000년 ‘소신 발언’으로 물러난 적이 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TV토론에서 국가채무 급증의 위험성을 다소 인정했다가 당시 청와대의 눈 밖에 나 2000년 8월 개각 및 차관인사 때 ‘낙마’한 것.

또 예산처 차관에서 물러나 잠시 ‘야인(野人)’으로 있을 때에도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한 e메일을 예산처 후배 공무원들에게 보내 기개를 인정받았다.

이번에 그가 보여준 ‘뚝심’은 소신 있는 고위관료가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의 관료사회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 공직자들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원칙과 소신’에 충실할 경우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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