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회 시정요구' 귀막아…지난해 지적된문제 올해 되풀이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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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공공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도 KBS 결산 승인안이 부결된 뒤 상임위 결산 심사 기능의 효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결산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상임위에서 결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마련한 KBS에 대한 시정 요구 사항도 무효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광위원장인 배기선(裵基善·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방송 장악을 위해 이례적으로 KBS 결산안을 부결시켜 문광위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지금까지 문광위에서 지적한 KBS의 문제점이 결산안 통과 이후 제대로 시정된 적이 없다”며 민주당과 문광위원들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학자는 “KBS의 경우 형식적인 결산안 심사와 문제점 지적보다는 결산안 부결이라는 방법으로 KBS의 문제를 공론화시켜 환골탈태를 유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주 문광위가 결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채택한 KBS에 대한 시정 요구서는 지난해 채택한 시정 요구서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요구서는 △예비비의 적절한 사용 등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기할 것 △퇴직급여충당금 및 인건비성 지출의 감소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확보할 것 △수입 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핵심시정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는 올해 요구서의 핵심 내용과 똑같다. 또 시정 요구 항목도 지난해 5개 항목에서 올해는 11개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지난해 결산안 통과 후 국회가 시정을 요구했던 핵심 문제점들이 거의 고쳐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광위 손준철(孫俊哲) 전문위원은 올해 KBS 결산안 검토보고서에서 “KBS는 국회의 잇따른 시정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성 경비 지급에 예비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임성호(林成浩·정치외교학) 교수는 “현재 국회의 인력 규모와 기능으로는 제대로 된 결산 심의 및 감사를 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의회 내 회계감사원(GAO) 같은 별도의 감사 기관을 둬 결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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