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맥잡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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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아침식사(dog’s breakfast), 프랑켄푸드(Frankenfood), 고민 아줌마(agony aunt). 영어깨나 한다는 사람도 뭔 말인지 아리송해질 단어들이다. 1일 미국서 새로 발매된 ‘미리엄-웹스터 대학사전’ 11판에 수록된 이들 영어는 각각 잡동사니, 유전자변형식품, 고민거리를 쓰는 칼럼니스트를 뜻한다. “맥잡(McJob)을 하는 전직 닷커머(dot-commer)가 머리때리기(head-banger)를 들으며 긴목(longneck)을 사려고 죽은 대통령(dead president)을 세고 있다”는 말은 ‘전망 없는 저임금 노동’을 하는 전직 ‘인터넷산업 종사자’가 ‘하드록’을 들으며 ‘병맥주’를 사려고 ‘지폐’를 센다는 뜻이란다.

▷말은 살아서 진화한다. 세태와 시류, 의식변화도 담아낸다. 말로 인류사를 기록하는 미국영어사전의 원조, 미리엄-웹스터 사전의 편찬자들은 매일 주요신문 잡지 책 등을 꼼꼼히 살펴 새로 쓰이는 말을 찾아내는 게 일이다. 10년에 한번씩 개정판을 내는데 올해는 1만개의 새 단어와 10만개의 새 의미가 추가됐다. 보통 신조어가 널리 쓰이기까지는 10∼20년이 걸리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 혁명은 인터넷 용어의 일상화에도 속도전을 일으켰다. 닷커머, 버블 등이 사전에 오르기까지는 5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미리엄-웹스터는 “여기 실리지 않은 것은 단어가 아니다”고 할 만큼 자부심이 대단한 사전이다. 고유명사나 사람이름이 일반명사로 ‘승격’될 경우 당사자에겐 영광일 수도, 수치가 될 수도 있다. 프랑켄푸드는 공포소설에 등장하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음식’이 덧붙은 말로, 보스턴 대학교수 폴 루이스가 1992년 영국 더 타임스에 처음 쓰면서 알려졌다. 맥잡은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에 ‘직업’을 합성시켜 나온듯 하다. 맥도널드가 밝고 행복한 이미지로 전세계에 햄버거를 팔고 있지만 정작 종업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숙련 노동자라는 것은 에릭 슐로셔의 책 ‘패스트푸드 제국’에도 잘 묘사돼 있다.

▷미리엄-웹스터는 아니지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올해 나온 뉴 콜린스 영어사전에 부시즘(Bushism)이라는 단어를 선사했다. 그의 유명한 말실수를 일컫는 단어다. 정권교체(regime change), 불량국가(rogue nation) 등 부시 대통령이 잘 쓰는 호전적 단어도 함께 올랐다. 우리나라에서야 사전에 오를 리 없지만 ‘영삼스럽다’ ‘대중스럽다’에 이어 ‘놈현스럽다’도 인구에 회자되는 추세다.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는 더 두고 봐야 되겠지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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