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임계순/ 韓中정상, 동북아 새시대 열어라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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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한중수교는 동아시아 시대의 개막을 뜻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세계에서 분단국가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대국으로 통일문제에 관한 상대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값싼 노동력, 광대한 시장, 정부의 신축적이고 과감한 정책에 힘입은 중국의 경제발전은 세계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 1995년부터 아시아 역내 무역총액이 아시아와 서양 사이의 무역 총액을 능가했고, 동북아의 경제 규모가 유럽이나 북미를 능가할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시장경제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능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시장경제체제의 각종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적 제도적 인적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지도자들 또한 최대 해외 투자국이며 제2의 무역대상국인 중국을 떠나 한국경제를 논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다. 한중 정상은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를 동반자적 협력관계에서 전면적 협력관계로 한 차원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양국의 지도자들이 창업자와 수성자였다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정치 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하는 경장자(更張者)의 위치에 서 있다. 이제 한중 정상은 동북아 국가들 간에 존재하는 묵은 관행을 새롭게 고쳐 동북아를 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오면 아시아는 자연히 세계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중관계에서 문화교류와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드라마 가요 영화 등이 주축을 이루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 전역에서 ‘한류(韓流)’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수억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19세기 말까지 중국문화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던 한중 문화교류의 역사를 감안한다면 ‘한류’ 현상은 한중문화교류의 역사를 새롭게 전환시킨 의의가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문화적 역량이 바로 국가 경쟁력이다. 한중 양국 정상은 동북아를 세계문화중심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화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중 양국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지금까지 한중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이 바로 무역불균형이다. 한국이 대(對)중 무역에서 흑자(黑字)이기 때문에 중국 측은 수입제한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대외무역의 공정거래분야에서 한국을 최대 조사대상국으로 지목하는 등 교역분야에서 이해충돌이 심각하다. 또 정부 연구기관의 한중 산업별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2010년에는 중국이 한국의 주요 업종들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한중 정상은 무역불균형 문제 해결 및 수출입구조 개선 등 윈윈(win-win)전략을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해 두 정상은 경제 무역 문화 분야뿐 아니라 지역안전과 군사 정치 우주과학기술 등 지난날 금기였던 분야에 이르기까지 상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임계순 한양대 교수·중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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