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홍춘욱팀장 '자기반성' 메일 화제

  • 입력 2003년 7월 2일 17시 50분


코멘트
한화투신운용에서 일하다 최근 한화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홍춘욱 투자전략팀장(34·사진)은 2일 금융계 지인들에게 이색 인사 메일을 보냈다.

원고지 6장 분량의 글에는 한국 증시와 증시 전문가로서의 자신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자기 성찰과 반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참으로 뭘 모르고 살아왔음을 절감했습니다. 입만 열면 말한 ‘저가 매수’는 실전의 투자심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종의 주문임을, 기관장세에 대한 기대는 자금집행기관과 거액투자가의 상황을 모른 채 가졌던 환상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이어 주식과 증시도 냉철하게 보게 됐다.

“한국의 주식은 백전불패를 자랑하는 부동산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 승승장구하는 채권에 비해 열등한 자산입니다. 나아가 한국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1,000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앞을 가로막은 세 가지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고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제시한 걸림돌은 △나쁜 기업지배구조 △변동이 심한 기업의 실적 △정부가 시장에 팔아야 할 엄청난 양의 주식 물량 등.

그는 실정이 이런데도 증시 전문가들이 ‘대세 상승’을 입에 담으며 낙관적인 분위기만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고객의 위험관리에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무턱대고 대세 상승과 기관장세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믿음을 회복할 때”라고 주장했다.

홍 팀장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앞으로 ‘대세 상승’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지 않고 고객이 위험을 관리해야 할 시점을 판단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