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총선 기로에 선 김혁규 도지사

  • 입력 2003년 7월 1일 2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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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金爀珪) 도지사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많던데….”

“선거구도 정해 두었고, 원래 그곳에서 총선에 나서려던 사람은 도지사 재선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하더군.”

최근 경남지역 관가와 시중에서 나돌기 시작한 김 지사의 ‘총선 출마설’이 1일 민선 3기 1주년을 계기로 점점 구체성을 띠는 형국이다.

즉 김 지사가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에 들어간 뒤 중앙 정치무대에서 ‘훗날’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오래전부터 나돌던 김 지사의 대권 도전설을 염두에 둔 말이다.

일부에서는 “선거법상 단체장은 세 번까지만 연임을 할 수 있는데다 임기를 마친 이후 연령(1939년생) 등으로 볼 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그가 다른 꿈을 갖게 된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최근에는 정치권의 신당 논의 등과 맞물려 당적(黨籍) 변경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김 지사가 자신의 의중을 분명히 드러낸 적은 없다.

그래서 예단은 어렵다. 다만 그의 애매한 태도가 ‘설’을 증폭시키는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정한 것은 없지만 당선될 만한 곳에 나가면 (국회의원에 당선) 되기야 할 것”이라며 “정국에 변화나 특별한 계기가 생기면 모르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물론 “지사직에 충실하겠다”는 말에 덧붙여 했던 언급이긴 했다.

특히 그는 “(대권 도전 등) ‘꿈’을 완전히 버렸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원하고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열심히 일을 해야겠지만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전력(前歷)도 총선 출마설 등을 확대 재생산 하는 요인이다.

그는 2001년 “3선 도지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에 관심을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다 여의치 않자 지난해 ‘정치적 줄타기’를 거쳐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고 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그는 “정치는 생물과 같다. 여건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해명으로 자신에 대한 일각의 비난을 비켜갔다.

93년 12월 임명직 도지사로 부임한 김 지사가 3선 임기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도지사직을 마무리해야 하는 ‘하산’을 시작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산은 등산 이상으로 힘들고 사고도 많은 법이다.

산악인들은 “걷기 쉽다고 함부로 달리듯 해서는 안 되며 보폭도 등산 때 보다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 지사는 자신의 체중(지명도)과 배낭(도정)의 하중 등을 잘 감안해 무리가 따르지 않는 하산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10년을 동행한 일행(도민)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목적지를 분명히 밝히는 일은 리더로서의 도리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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