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계천, 다시 흐른다]기공식 이모저모

1일 오후 2시 청계고가도로 시작 지점인 서울 중구 장교동 청계2가. 서울 도심에 맑은 물을 흘려보낼 청계천 복원공사 기공식이 시민과 외교사절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오후 1시부터 역사적인 행사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청계2가 도로는 물론 인도와 주변 건물에도 기공식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기공식의 하이라이트는 고가도로 철거 시연 행사. 우선 청계고가 진입로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원판형 다이아몬드톱으로 고가 상판을 절단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동시에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등이 버튼을 누르자 청계고가 철거 시연장까지 연결된 길이 70m의 튜브에 공기가 주입되면서 부풀어 올랐고 동시에 화려한 불꽃이 터졌다.

이어 150t급 크레인이 미리 잘라놓은 청계고가 옆 삼일고가 진입부의 상판 일부(길이 10m, 폭 0.6m, 무게 8t)를 들어올려 청계고가에 대기 중인 18t급 트레일러에 옮겨 실으면서 시연 행사가 마무리됐다.

철거 시연 행사가 열리는 동안 시민들은 “드디어 고가가 철거되는구나”라면서 다시 태어날 청계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계천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자랐다는 서울 토박이 이규환(李揆煥·78)씨는 “청계천을 복원한다니 추억이 되살아나고 너무 감개가 무량해 기공식장을 찾았다”면서 “2년 뒤 준공식 때도 와서 청계천변을 거닐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엔 특히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대학생부터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이 기공식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친구 3명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여대생 김연희씨는 “역사적인 순간을 찍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좋은 건 대학 신문에도 기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공식이 열리는 동안 청계3가에선 전국노점상총연합 소속 노점상과 상인 200여명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복원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청계3∼9가를 오가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로 행사장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청계천 복원을 반대해 온 청계천 상인들은 대부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청계천 복원공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상인은 “서울시의 복원공사 강행이 달갑지는 않지만 이 시장이 상인 대책을 위해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지켜보면서 계속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 앞뜰에선 3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청계천 복원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