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결산승인안 국회서 부결…헌정 사상 처음

  • 입력 2003년 7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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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 KBS 결산동의안이 1일 정부·공공기관으로는 사상 처음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1년 매출액만 1조2900억원(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공룡 방송’ KBS가 방만한 재정 운용을 해왔다는 판단을 의회가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부결됐다고 해도 결산안인 만큼 재심의 등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날 결산안 부결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 촉구했던 KBS의 재정운용 정상화를 국회차원에서 공식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KBS에 대한 ‘투명성’ 확보조치는 물론 MBC에 대한 감사원 감사 논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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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비93% 성과급으로 지급"

MBC는 KBS와 달리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고 매년 국정감사에서 비공개로 결산보고를 해왔으나 현재 법사위 소위에 계류 중인 감사원법 개정안에는 MBC도 회계감사를 받도록 돼 있어 MBC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 이경재(李敬在) 의원 등은 문화관광위의 ‘KBS 결산승인의 건 검토 보고서’를 토대로 KBS의 낮은 생산성과 방만한 예산 집행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지출에 사용토록 한 예비비의 93.2%(112억원)를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성과급 인상분으로 지급했고 △지난해 KBS 직원들의 노동생산성도 1억1900만원으로 MBC(1억9300만원) SBS(2억400만원) 등에 비해 뒤진 점을 들어 결산안 부결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KBS의 부채 총액(3906억원) 중 58.1%가 임직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준비금인 ‘퇴직급여 충당금’(2271억원)인데 이는 MBC(10.1%) SBS(6.3%)보다 월등히 높다”며 “KBS 결산 승인안을 국민정서상 절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산안 부결로 한나라당은 KBS 2TV의 민영화와 KBS의 수신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방송개혁안 추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날 부결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회 차원의 정치적 경고”라며 “방송 개혁의 당위성을 널리 알리게 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배기선(裵基善) 문화관광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방송을 정치적으로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국회가 정당한 감시 감독 기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지적 사항에 대한 KBS 입장’을 통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KBS 결산안에 대해 11개 시정조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여야 합의로 의결 통과시켰다”며 “그러나 본회의에서 이 내용을 또다시 문제 삼은 것은 ‘KBS 흔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KBS 고위 관계자는 “결산 승인안이 통과되어야 방송위원회와 감사원이 지적된 내용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번 부결로 결과적으로 결산 마무리와 시정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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