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강탈채권 ‘아리송한 신고'

  • 입력 2003년 7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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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金榮浣·50·해외체류)씨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강탈당한 채권 중 자금 추적이 가능한 국민주택채권 443장(39억여원)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해 4월 3일 증권 당국에 사고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무기명채권인 증권금융채권에 대해서는 8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3일에 사고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증권예탁원 등 증권 관련기관에 따르면 김씨는 국민주택채권에 대해 지난해 4월 3일 사고 신고를 냈고, 같은 해 12월 2일 제권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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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씨는 이른바 ‘묻지마 채권’인 증권금융채권 130장(37억3000만원)은 8개월이 지난 12월 3일에야 신고를 했으며 이를 모르고 김씨가 강탈당한 증권금융채권 17억5000만원어치를 샀던 사업가 허모씨는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김씨가 채권 구입에 사용한 자금은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마련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자금 출처가 추적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민주택채권의 유통을 급하게 막으려 했을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증권금융채권 발행 기관인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무기명채권의 경우 채권 번호와 액면가, 구입처 등을 자세히 밝혀야 사고 접수가 가능하며 지난해 4월경에 그런 정도(37억여원)의 사고는 문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가 12월 사고 신고를 할 때 제권판결문을 근거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김씨가 사고 접수 시 자세한 구입처를 밝혀야 한다는 점을 알고 이를 대신할 제권판결(채권 무효 판결)이 나온 뒤로 접수를 미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주택채권이나 증권금융채권은 둘 다 무기명 채권이지만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최초 구입자와 최종 환매자가 실명으로 드러나고 유통 중에도 배서를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완전무기명채권인 증권금융채권에 비해 추적이 쉽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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