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美, 北핵실험장소 발견"

  • 입력 2003년 7월 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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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에서 실제 핵실험의 전단계인 ‘고폭(高爆)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으며,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 중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CI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미 정찰위성이 최근 북한 ‘영덕동’에서 진전된 수준의 핵실험 장소를 파악했으며, 이곳에는 압축 플루토늄을 폭발시키는 재래식 기폭장치실험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는 핵폭발을 모의실험(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재래식 폭발 실험이 이뤄져 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 정보소식통은 미 행정부가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군 고위 관계자와 정보기관 책임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이 시설은 고폭실험 설비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도상에서 ‘영덕동(Youngdoktong)’을 황해도 지역으로 표시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고폭 실험 장소와 관련해 “황해도에는 영덕동이 없으며 영변 핵시설 근처인 평남 숙천군 용덕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영변 부근 용덕리에서는 북한이 수차례 핵실험을 한 징후가 포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핵실험 의심장소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 정보 당국자들은 “이 핵실험 시설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훨씬 더 정교한 경량 핵탄두를 개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증거”라며 “핵미사일이 개발되면 일본의 도쿄(東京)와 6만여명의 주일미군이 사거리에 들어간다”고 말한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실험 능력 자체가 곧 북한이 실제로 소형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음을 뜻하지는 않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가장 앞서가는 무기 프로젝트인 핵기술과 미사일기술을 결합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또 CIA 보고서는 북한이 이르면 1년 이내에 소형 핵탄두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관리들은 “그 같은 평가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타당성 있는 추측에 가깝다”고 지적한 것으로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1983년부터 고폭실험의 전 단계인 초보적 고성능 장약 폭발실험을 70차례, 1994년부터 5년간 고폭실험을 몇 차례 실시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고성능 폭발실험(일명 고폭실험)▼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 실제 실험의 전 단계 실험. 플루토늄탄은 핵폭발을 일으키는 플루토늄에 고성능 폭약을 배치한 뒤 기폭(起爆)장치로 폭약을 터뜨려 핵분열 반응(핵폭발)을 유도하는 방식. 이때 폭약 폭발 타이밍과 핵물질 이동속도가 정확해야 하는데 이런 정확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장치가 고폭(高爆)장치다.플루토늄 추출, 고폭장치 작동 테스트 실험에 이어 실제 핵실험 및 미사일 등 운반수단 장착을 완료하면 핵무기 보유국이 된다. 원폭 개발 초기에는 2500여 차례의 고폭실험을 했으나 지금은 수십∼수백번의 실험으로도 핵폭탄 개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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