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75·사진)이 지난달 30일 마지막까지 엄정 중립의 변(辯)을 내놓고 퇴임했다. 그는 뉴욕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기사찰팀이 앞으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1일 블릭스 단장을 ‘좋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훌륭한 인물’이었다고 총평했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반전축과 개전축 국가들이 벌인 세 싸움의 소용돌이에서 애초 그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그를 사찰단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미국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1981∼1997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맡았던 그가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드러난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 국무부가 연이어 WMD 증거들을 내놓았을 때도 블릭스 단장은 줄곧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유엔 사찰보고서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의혹이 있다”고 적어 프랑스 등 반전축 국가들로부터도 비난을 샀다. 한 유엔 주재 미 외교관은 그의 품성을 가리켜 “워싱턴에는 지나치게 분별력 있고, 후세인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했으며, 반전주의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태생인 그는 미 컬럼비아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한 국제법 전문가. 1963년 스웨덴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아 외교수장을 역임했고 한때 스웨덴 핵무장 저지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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