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블릭스 퇴임회견 “美 WMD 찾기 점점 어려워질 것”

  • 입력 2003년 7월 1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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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가) 해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75·사진)이 지난달 30일 마지막까지 엄정 중립의 변(辯)을 내놓고 퇴임했다. 그는 뉴욕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기사찰팀이 앞으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1일 블릭스 단장을 ‘좋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훌륭한 인물’이었다고 총평했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반전축과 개전축 국가들이 벌인 세 싸움의 소용돌이에서 애초 그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그를 사찰단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미국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1981∼1997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맡았던 그가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드러난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 국무부가 연이어 WMD 증거들을 내놓았을 때도 블릭스 단장은 줄곧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유엔 사찰보고서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의혹이 있다”고 적어 프랑스 등 반전축 국가들로부터도 비난을 샀다. 한 유엔 주재 미 외교관은 그의 품성을 가리켜 “워싱턴에는 지나치게 분별력 있고, 후세인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했으며, 반전주의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태생인 그는 미 컬럼비아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한 국제법 전문가. 1963년 스웨덴 외무부에 발을 들여놓아 외교수장을 역임했고 한때 스웨덴 핵무장 저지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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