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로 교수 특강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생산성 향상 부른다"

  • 입력 2003년 7월 1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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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hell)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많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다.”

신학박사의 논문 주제가 아니다. 경제학계의 석학으로 명성을 날리는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58)가 내놓은 이색적인 연구 결과다.

배로 교수는 1일 서울대에서 100여명의 학생을 상대로 한 ‘종교와 경제성장’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국민들의 종교적 신념이 강할수록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신에 대한 믿음은 정직성, 근면함 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개인의 태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세계 59개 국가 국민들의 교회 출석률과 지옥, 천국, 신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설문내용 등을 토대로 종교가 최근의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

이에 따르면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은 정(正)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배로 교수는 “이런 결과는 지옥에 대한 태도를 놓고 봤을 때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며 “채찍(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천국이 주는 ‘당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교회 출석률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

이에 대해 배로 교수는 “조직화된 종교 활동은 많은 인적, 물리적 자원과 시간을 요구하므로 경제 측면에서의 생산성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종교적 태도와 활동은 경제에 대한 영향을 서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면서 “종교 활동이 종교적 태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추가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와 지표 등에 파묻히기 마련인 거시경제학자가 종교를 연구 소재로 삼은 것인 이례적인 일. 이에 대해 배로 교수는 “종교는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중요한 부분인데도 그것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간과돼 왔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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