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구 의원 e메일 편지 전문

  • 입력 2003년 7월 1일 1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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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구 의원 홈페이지 (http://www.ksk21.com)에 실린 e메일 편지 전문

노무현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잘못된 언론관의 고집을 버리십시오

더위와 함께 장마철로 접어들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 정치의 모습이 소나기처럼 속 시원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아 대통령께서도 답답하시겠지만 저 또한 그러한 답답함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대결구도, 노동계 및 이익단체들의 시위, 동북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 등 한 순간도 숨을 돌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계속해서 터지니 말입니다.

또한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각종 대책과 시스템도 점검하고 살피려면 더욱 바빠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도 "그동안 뛰면서 생각하니까 헷갈리기도 했다. 이제 걸으면서 생각하겠다"라고 언급하셨듯이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천천히 정리하는 의미에서 저의 고언에 귀를 열어주시길 기대하면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먼저 지난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가서 드리고 싶은 말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을 지나오면서 저는 제가 바라보고 있던 언론에 대한 고민과 대통령께서 가지고 있던 언론에 대한 고민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고민은 우리 언론이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언론자유를 침해받지 않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역할을 인정받을 것인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부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에 대한 충정어린 걱정과 고민이 해결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이 필요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대통령과 저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가는 길이 좀 달라졌습니다만 저는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출범한 현 정부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랬고 지금도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평 기자 출신으로 출발해서 언론사 사장직에 오르기까지 제가 경험한 언론의 모습에서 허와 실을 똑똑히 보아왔던 사람입니다.

'촌지나 찔러주고 술이나 사주라'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마치 저의 언론관인 것처럼 곡해하고 경멸하는 것에 대응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언론은 검찰이 아닙니다.

기자들의 안테나는 의혹이 있다면 그곳이 어느 곳이던 간에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주파수를 '권력'이 아닌 '국민'에게 바로 주파수를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언론의 보도와 편집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커다란 흐름을 이끌어 왔던 몇몇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통령도 정치인의 한 사람이기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과 각각의 색깔을 무시하고 획일화된 보도 환경을 만들어 놓고 언론의 자유를 말하고 불리한 보도만 나간다 싶으면 언론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그만하셔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시다시피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당선시키는데에 일조했던 인터넷 언론은 이제 우리 사회의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 기자협회에서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방송, 인터넷, 신문 순으로 영향력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언론의 환경이 변화됐는데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대통령께서 일부 인쇄매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지 저는 걱정이 앞섭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언론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마치 특정 언론에 맞서 싸우는 전투자의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리 국가 지도자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모습도 '권위주의의 청산'과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모습이라고 항변하시겠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놀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에 있어서 조용하지만 큼 힘을 보태온 김수환 추기경께서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에 비유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난국을 타개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본질적인 의문이 생긴다"라고 밝힌 것을 보고 대통령께서는 어떠한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추기경께서 이렇듯 강한 톤으로 이야기 하신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싫어하는 신문도 읽어야 한다"는 말씀에서 보듯이 노대통령께서 보이신 그간의 언론관도 한 몫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쟁터에서 피가 피를 부른다는 말이 있듯이 대통령과 언론이 서로 상살(相殺)의 자세로 임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커다란 불행입니다.

더군다나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의 고위직 인사들이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불안해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6월 26일 새만금 시찰로 물의를 빚은 비서관들을 경질한 후 "가혹하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국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하셨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비판적이든 우호적이든 다같은 언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바로 '국민의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가지고 정도로 가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하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가는 것하고 매일 매일 각종 모임에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언론에 책임 돌리기'를 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보도한다면 말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서 조정을 요청하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조정 신청과는 별도로 너무 자주 언론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히고 계십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치개혁, 언론개혁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론을 통합하고 이를 새로운 에너지로 즉,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가슴 속 깊이 새겨 두셨으면 합니다.

지난 월드컵 이후로 우리 국민은 스스로 참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NEW KOREA'를 향한 자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금의 정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NEW KOREA'의 첫 걸음은 반목과 갈등이 아니라 관용과 포용이라는 것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관용과 포용을 대통령께서 먼저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이 편지가 얼마나 대통령께 진의가 전달될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언론에 몸 담았던 한 언론인 출신 정치인의 충정어린 마음이라는 것만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대정부질문을 통해 했던 말을 다시금 노무현 대통령께 전하고자 합니다.

토마스 제퍼슨이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에 취임할 때 "[신문이라는 대포]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탄환을 장전하여 우리들에게 겨누어 왔다."라고 말하며 언론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과 불만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자였던 제임스 레스턴은 "대통령은 현재보다 더 순종하는 신문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포화와 같이 시끄러우면서도 냉혹한 평론의 포격을 가하는 신문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에 대해 비판적, 적대적인 말을 하시기 전에 제임스 레스턴의 이 말을 한번씩 되뇌이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작년 수해 때도 많은 국민들이 가족과 재산을 잃고 슬픔에 잠겼습니다. 또한 수해의 슬픈 상처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아무쪼록 정부차원에서 만반의 대비를 하여 국민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국정수행에 매우 바쁘고 힘드시겠지만 국가 지도자의 건강은 바로 국가 자체라는 생각을 가지시고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 7월 1일

흐린 하늘처럼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며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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