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 눈에 시민은 없나

  • 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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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철도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구실로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한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노사교섭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면 될 뿐 협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노동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한다는 것은 스스로 정치투쟁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해 철도구조개혁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초 운영수익으로 충당키로 했던 고속철도 건설 부채 11조원을 정부가 떠안으라는 요구는 부담을 국민 세금으로 떠넘긴 채 수익만 챙기겠다는 발상이다. 공사화 이후 철도시설공단이 맡게 돼 있는 철도개량사업을 공사가 가져가겠다는 것도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이런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국민’을 파는 행태가 괘씸하다.

‘노조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독일 금속노조는 경기불황에 고통받는 기업과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해 지난 주말 50년 만에 처음으로 스스로 파업을 중단했다. 독일 금속노조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쓰라린 진실은 파업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용기 있게 패배를 시인했다. 1인당 소득이 독일의 3분의 1도 안 되는 한국의 노조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경제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보지 못한다.

택시와 레미콘을 동원해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려던 한국노총의 발상은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시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극단적 투쟁의식을 보여줬다. 이 계획이 사실상 실패한 것은 조합원들이 더 이상 노조 지도부의 정치성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을 용납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현재 국민 여론은 빗나가고 있는 노동운동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단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를 볼모로 한 불법파업이 반드시 패배한다는 교훈을 노조에 안겨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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