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국방군 만들어 뭘하자는 건가

  • 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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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유사법제 통과로 전시상황을 준비하더니 이번에는 집권 자민당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요강안을 마련했다. 주변국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무장을 가로막는 ‘족쇄’를 하나씩 제거하는 일본의 행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국방군 추진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1947년 일본에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는 내용의 평화헌법을 채택토록 하고 자국 방어만을 목적으로 자위대(自衛隊)를 만들도록 한 것은 주변국에 엄청난 피해를 준 패전국의 재무장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 일본이 이제 와서 해외 파병까지 가능한 정규 군대를 갖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총리에게 국가긴급사태 발동권을 부여하고 국민에게 국가방위 의무를 지운다는 내용도 마치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일본이 재무장을 하는 이유로 북한 핵무기를 거론하는 것은 명분도 약하고 설득력도 없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2위의 군사비를 쓰고 있는 일본이 정규 국방군을 보유하겠다는 것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책으로만 해석할 이웃 국가는 없다. 일본의 재무장은 오히려 지역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비경쟁에 뛰어들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까 두렵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자국내 보수우경화 바람이 동북아 안보를 일본과 분담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아떨어져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헌법 개정을 시도하기 전에 자국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불신과 거부감을 해소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에도 인색했던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지도국가로 거듭나는 길은 재무장이 아니라 주변국의 신뢰 회복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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