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입만 벙긋 ‘금붕어 가수’는 가라…'빅마마' 성공비결

  • 입력 2003년 6월 30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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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신예 '빅마마'의 이지영, 박민혜, 이영현, 신연아(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무서운 신예 '빅마마'의 이지영, 박민혜, 이영현, 신연아(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신예 ‘빅마마’의 첫음반 ‘라이크 더 바이블(Like The Bible)’이 최근 20만장 판매를 넘어섰다. 요즘 가요계에서 20만장은 빅히트 수준. 이 고지를 넘긴 가수는 김건모 조성모 이수영 ‘코요태’ 보아 등 6팀.

이중 신인은 ‘빅마마’가 유일하다. 특히 ‘요정’같은 외모를 앞세우는 여가수 사이에서 이들의 성공은 큰 이변이다.

전혀 요정같지 않기 때문이다. ‘빅마마’는 ‘얼굴보다 가창력으로 승부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들은 2월말 데뷔곡 ‘브레이크 어웨이’에 이어 최근 후속곡 ‘거부’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


# 소리의 회복

‘빅마마’는 최근 가요의 주도권이 라이브 공연으로 옮아가는 추세를 가장 강하게 대변하고 있는 그룹중 하나다.

90년대 기승을 부린 댄스 음악 시장이 끝난 3, 4년 전부터 음반 시장의 주소비층은 20∼30대가 됐다. 컴퓨터로 만든 음악과 볼거리를 내세운 ‘립싱크 가수’에 식상한 이들은 ‘소리’로 감흥을 주는 가수를 찾기 시작했던 것. 이들은 발라드 계열의 ‘블록버스터형 뮤직비디오’마저도 소리에 대한 훼손으로 여겼다.

최근 라이브 공연이나 밴드 음악에 이들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도 ‘소리의 회복’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신인 ‘빅마마’가 ‘가창력’을 앞세운 것은 그런 변화의 흐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아이돌 댄스 그룹’은 갈수록 높아지는 투자비로 인해 ‘가수는 떠도 제작자는 망할만큼’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0대 팬들도 볼거리나 외모보다 가창력을 팬덤(fandom·열성적 팬의식)의 코드로 삼고 있는 추세다.

‘빅마마’의 음반을 기획한 YG엔터테인먼트의 이상철 홍보실장은 “한때는 10대 팬들 사이에서는 외모가 뛰어난 가수들의 ‘립싱크’가 흠이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달라졌다”며 “음반 기획자들이 차별화되지 않은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에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이미 오래”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의 핵심 전략도 가창력.

‘빅마마’측의 마케팅 전략은 첫째도 가창력, 둘째도 가창력이다. ‘빅마마’는 ‘못생겼지만 노래를 잘한다’는 슬로건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첫 가수다. 외모보다 가창력이 뛰어난 여가수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그 점을 팬 공략의 포인트로 내세운 가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양현석씨는 “‘빅마마’의 음악이 새로운 게 아니다. 대중이 ‘빅마마’를 새로운 관점에서 발견했을 뿐”이라며 ‘가창력 마케팅’의 효과를 설명했다.

‘빅마마’의 데뷔곡 ‘브레이크 어웨이’의 뮤직비디오에서는 8등신의 미녀 4명이 노래한다. 끝날 때쯤 이들은 ‘빅마마’와 오버랩된다. 노래는 ‘빅마마’가 했고 미녀 4명은 ‘금붕어 가수’라는 뜻이다. 실제로 90년대 댄스 가수들중 이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들을 조롱한 ‘빅마마’의 뮤직비디오는 그만큼 가창력의 가수임을 내세운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는 사라졌을까?

‘빅마마’가 성공했다고 해서 가창력만이 유일한 ‘가수의 조건’이라는 것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성공의 열쇠는 늘 ‘외모’와 ‘실력’의 접점이다. 이와관련해 ‘빅마마’는 ‘외모 지상주의’에 반기를 들었다기보다 이를 거꾸로 활용한 사례로 손꼽힌다.

‘빅마마’ 데뷔 전 등장한 4인조 ‘버블 시스터즈’는 대조적인 사례다. ‘빅마마’와 유사한 컨셉트를 내세운 이들은 뚱뚱한 외모에 흑인 분장을 하고 나와 “하느님 날 도와주세요. 조금만 더 예뻐질 순 없나요”(‘버블 송’ 중에서)라고 외쳤으나 ‘빅마마’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빅마마’는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평화적’ 지점에 안착했지만 ‘버블 시스터즈’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린치가 과격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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