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물류大亂 비상]화물열차 평소의 10% 만 운행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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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이 29일 이틀째 계속되면서 전국의 철도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철도수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등을 중심으로 이미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열차 운행횟수가 평소 하루 434회에서 45회로 10.4% 수준으로 감편 운행되면서 수송량도 하루 13만2000t에서 1만2000t으로 격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파업 초반에는 육로수송으로 대체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화물트럭 등으로 대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계에 미칠 피해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수송 차질=전국 시멘트 수송물량의 70%를 처리하는 충북 제천역은 파업 전 하루 221회 운행하던 열차 운행이 11회로 줄어 시멘트 수송이 전면 중단됐다. 운행 가능한 열차는 유류와 석탄 운송에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트럭을 이용해 수송을 하고 있지만 트럭수요가 늘면서 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천시의 아세아시멘트는 파업 전 매일 7000∼1만t의 시멘트를 철도 화물로 운송했으나 파업으로 물량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 회사측은 “장마철에 접어들어 시멘트를 노천에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파업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충북 내륙지역에 시멘트공장을 갖고 있는 다른 시멘트업체도 지방 출하기지의 재고가 2∼3일 내에 바닥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체 수송수단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각 지역 출하기지의 재고가 바닥을 보여 트럭으로 수송방법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시멘트 수송을 철도에서 트럭으로 대체하면 t당 300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 업체로서는 적잖은 부담이어서 선뜻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를 원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공사 현장을 제외하고는 시멘트 재고를 확보해두지 않는다”며 “철도파업 장기화로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아파트공사 중단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의왕시 부곡동 의왕컨테이너기지(경인 ICD)에서 하루에 나가는 컨테이너 500개 중 25∼30개를 부산항까지 철도로 운송해왔으나 철도파업에 대비해 대부분 물량을 차량운송으로 대체했다.

▽컨테이너 수송에도 여파=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인 ICD는 철도파업으로 또다시 물류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도 파업 첫날인 28일 부산항과 광양항을 오가던 16개 열차(왕복 32회) 중 4개 열차(왕복 8회)만 운행해 평소의 25%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경인 ICD는 우선 육상운송을 통해 급한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경인 ICD는 하루 평균 55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며 이 가운데 1200∼1300TEU를 화물열차로 수송하고 있다.

전남 광양항의 컨테이너 철도수송량도 평소보다 87% 줄었다. 한국컨테이너공단 광양사업단은 “광양항 수송량의 약 17%를 차지하는 철도수송이 장기간 지연되면 수출입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부산항은 철도를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이 평소의 70% 정도 이뤄지고 있다. 부산 해양청관계자는 “부산항은 철도수송 비중이 낮아 아직 큰 영향이 없지만 1주일 이상 파업이 지속되면 수출입 물량 수송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열차는 평소 149편에서 15편으로 감축 운행하고 있다.

경남 마산역의 경우 화물열차 운행이 파업 전 하루 20회에서 1회로 줄어 파업이 오래 갈 경우 창원과 마산지역 물류수송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 수출입 화물에 우선 배차=정부는 경제 및 국민생활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열차를 수출입화물과 유류 및 생필품 수송에 우선 배차키로 했다.

이를 위해 29일 10% 수준에 머물렀던 화물열차의 수송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일반 화물 및 단거리 화물은 도로를 이용한 수송을 유도하기로 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제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의왕=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열차운행 중단 사상 네번째 작년 2월에도 이틀간 파업▼

한국철도 104년의 역사에서 철도노조 파업으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것은 이번 파업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다.

처음으로 열차가 멈춰선 것은 1988년 7월 26일이었다. 당시 철도청장의 경영합리화 방침에 따라 근무부담이 늘어나자 서울∼부산 직통열차 중간교대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한 것.

이 파업은 3일 만에 끝났다. 노동시간이 최고 18시간에서 14시간 이하로 단축되고 정기휴일이 주어지는 처우개선책이 나왔다.

두 번째는 94년 6월 23일 전국기관차협의회 소속 기관사들이 △시간 외 수당을 월 192시간 기준에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지급(하루 8시간 근무제 정착) △유급휴일 연간 67일 보장 △88년 파업 관련 해직자 원상복직 등을 요구하며 실시한 파업 때였다.

이때에는 1주일 동안 6147명이 직장을 이탈하면서 철도영업 손실이 154억원 발생했다. 또 파업을 주도한 187명이 형사 고발돼 16명이 구속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세 번째는 지난해 2월 25일 발생했다. 당시 철도노조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 전면 철회 △3조 2교대제 도입 등 근로조건 개선 △감원인력 7300여명의 충원 및 해고자 58명 복직 등을 요구하며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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