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물류大亂 비상]틀어진 '盧-勞' 정면충돌 치닫나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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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친(親)노동’ 이미지를 보였던 정부가 철도노조 농성장에 경찰력을 전격 투입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서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와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가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노동정책이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표현하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해 노-정(勞-政)간의 정면충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노동계 하투(夏鬪)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주5일 근무제 등 노동관련 현안의 입법 작업도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정책 기조 바뀌나=정부는 노동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천명하고 파업 등 집단행동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론 ‘불법 필벌(必罰)’도 강조했지만 지난달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의 집단행동 등 불법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주동자를 구속하는 데 그쳤을 뿐 물리력을 동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는 25일 한 차례 대화에 나섰을 뿐 이렇다 할 협상 없이 즉각 강제 해산함으로써 노동정책의 무게중심이 ‘법과 원칙’으로 옮아가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은 3차례나 담화문을 발표해 철도노조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강력 처벌 방침을 밝혔으며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도 “철도파업은 더 이상 대화와 타협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규황(李圭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불법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해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7년간 지켜온 국민소득 ‘1만달러’를 잃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정부 투쟁 수위는=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 정권이 취임 넉 달 만에 재벌과 수구세력에 밀려 개혁정책을 포기했다”며 “이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무력진압 규탄대회’를 열어 △철도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 △철도구조개혁법안 국회 강행처리 중단 △건교부 장관 퇴진 △연행자 즉각 석방 등을 촉구하고 단병호(段炳浩) 위원장 등 지도부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연맹별로 전개하던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투쟁을 정부의 개혁후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철도노조도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하고 30일 경찰력 투입 규탄집회를 각 지역단체와 연대해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실제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투(夏鬪)의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2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저조한 지지에 그친 데다 28일 산별노조 전환투표도 부결됨으로써 상당 부분 동력(動力)을 잃었기 때문.

또 노조원이 자신들의 이해와 직접 관계없는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징후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들의 힘을 제대로 결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법 제도 개선 차질 우려=6월 임시국회 입법이 무산된 주5일 근무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은 물론 노사정위원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퇴직연금제 도입과 공무원노조법안 입법 등에 노동계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노사관계 법 제도와 관행, 의식을 선진화한다는 목표로 최근 가동된 노사관계발전추진위원회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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