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례 라디오연설 추진…청와대 "KBS서 제안"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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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다음 달 중순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매주 1회 출근시간대에 KBS 제1라디오를 통해 국정운영 방침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통해 주례연설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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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29일 “KBS가 다음 달 14일부터 제1라디오 채널을 뉴스전문 라디오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대통령 주례연설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최근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미국 대통령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수십년 동안 라디오 연설을 통해 진솔한 목소리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비서실 내부에서 언제 어떤 형식으로 할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담을 하는 방안 또는 발표문을 낭독하는 방안 등 다양한 형태의 방송연설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또 방송은 월요일이나 금요일 출근시간대에 5∼15분 동안 하기로 하고 주로 정책 현안을 중심으로 설명하되 정치 문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KBS가 방송을 녹음해서 원하는 다른 매체에도 나눠 줘 동시에 방송하거나 다른 시간에 재방송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이자 정치인이므로 정치 문제를 언급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며 “야당에서 반론권을 신청하면 방송사에서 적절히 판단해 반론을 방송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대통령 주례연설 방송 자체엔 반대하지 않지만 공영방송은 ‘페어 찬스(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야당에도 방송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선진국에선 그렇게 하고 있으며 미국에선 기회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방송허가권이 박탈된다”고 말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슈만을 들먹거리거나 야당의 반론권 보장이 안 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훈시’만 한다면 당장 방송 장악 음모라는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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