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窓]장출혈성 대장균 진실은?

  • 입력 2003년 6월 29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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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출혈성 대장균의 치사율은 유아 10%, 노인 50%.’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으로 인해 사망자까지 나오자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치사율을 발표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초반에 언론에서 치사율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감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야 했다. 이로 인해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사스의 공포가 한풀 꺾인 가운데 이젠 대장균의 공포가 확산되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출혈성 대장균의 치사율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매년 미국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에 의한 집단 감염자가 7만여명이나 발생하지만 사망자는 불과 60여명 정도다. 확률로 따지면 1000명 중에 1명 정도가 사망하는 셈이다.

97년 일본에서 집단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자가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 이때 1만2000여명이 발생했고 11명이 사망했다. 이 경우도 사망률은 1000명 중 1명꼴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3∼5일이 지나면서 복통,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감염자의 절반에서 혈변이 나오지만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

사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걸렸을 때 무서운 것은 콩팥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자 10명 중 1명에게서 콩밭 손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소변이 안 나오고 빈혈이 생기는 출혈성 요독증이 생기며 요독증이 나타난 사람 중 절반가량이 콩밭에 생긴 상처 때문에 평생 고생한다.

다행히 사스의 영향 때문인지 손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은 잘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손씻기는 물론 샤워나 목욕도 자주 할 정도로 개인위생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감염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다행한 일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특징은 집단으로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쇠고기가 갈색이 되도록 70도 이상 온도에서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하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선 요리를 하는 사람의 손씻기는 물론 고기용, 야채용 도마나 칼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또 화장실을 다녀온 뒤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기본적인 위생만 지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외국의 경우로 볼 때 치사율도 그리 높지 않고 또 기본적인 위생 관리로만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출혈성 대장균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법석을 떨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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