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동산시장 결산]<下>'빈익빈 부익부' 심화

올 상반기 부동산시장의 출발점은 단연 충청권이었다.

작년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대전 등 충청권의 아파트와 땅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시중의 부동(浮動) 자금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광명·김포·파주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상승세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정부도 잠자코 있지 않았다. 2월 5일 대전 노은2지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달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에 이르기까지 상반기에만 10여 차례의 투기억제대책을 쏟아냈다. 정부의 대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판도도 크게 달라졌다.

▽울었다=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초 상승세로 출발했다. 강동구 고덕주공을 시작으로 송파구 잠실주공과 가락시영,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수천만원씩 치솟으며 부동산시장의 ‘주연(主演)’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급등세도 잠시.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 분양시점을 80% 시공 뒤로 미룬 ‘5·23 대책’ 등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상승세도 꺾였다.

분양권도 울상이다. 당초 서민자금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전매를 허용했으나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서 전매 금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원룸형 오피스텔과 테마상가의 표정도 밝지 않다. 연초부터 공급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 밖에 국세청의 상주 입회조사 등으로 부동산 중개업계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웃었다=주상복합아파트는 주택시장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주상복합은 작년 하반기까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상품’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썼으나 올 상반기 부동산 대책의 사정권(射程圈)에서 벗어나면서 청약률과 계약률이 치솟았다.

특히 지난달 말 포스코건설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분양한 ‘더 (노,로)(The #) 스타시티’에는 9만4253명이 청약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에 버금가는 평면과 전용률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SK건설의 ‘신도림 SK뷰’,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마포 트라팰리스’ 등은 계약 기간 안에 모두 팔렸을 정도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택지개발지구 안의 단독택지, 펜션부지에 대한 인기도 뜨거웠다. 실제로 최근 대한주택공사가 경기 용인시 신갈5단지에서 분양한 상가는 최고 낙찰가율이 602%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전망=부동산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5·23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의 안정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금리 추가인하 압력 등 경기부양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해안 일대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면서 개발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땅값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외환위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침체 뒤에 따라올 활황 장세가 더 걱정”이라며 “부동산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