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무원 초청 특강]盧 "성질 더러워도 밀어달라"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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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강을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27일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강을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최근 잇따라 공무원 대상 특강에 나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에는 9번째로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 14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강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노 대통령은 서두에 “정치란 권력투쟁이고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 돌았는가 보다 말할지 모른다”고 말을 꺼내며 ‘정치’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게 국방, 치안, 경제, 갈등조정, 위기관리 이런 것을 하는 것이지만 한국 정치인이 실제로 하는 일은 싸움, 권력투쟁이다. 한국 정치는 엉망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40년 만에 경제를 100배로 발전시켰고, 그 속도는 세계 1위를 자랑하지만 정치는 엉망이다. 야당은 거대야당, 과반수야당을 갖고 국회를 지금 놀리고 있고, 여당은 신-구주류 싸움질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금 정치 현실은 마지막 몸부림이자 혼돈이다. 혼돈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권력투쟁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을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공무원조직이라는 부하조직을 이끌고 국민에게 봉사를 잘 하라고 뽑힌 사람이다”며 “시골에 ‘모과 세 개를 헤아리지 못해도 가장은 가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추구하는 시대 방향과 함께하고 있다면, 머리가 모자라고 재주가 모자라고 성질이 더러워도 밀어 달라”고 주문한 뒤 공직사회의 혁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을 건의한 데 대해선 “여성, 이공계, 지방을 확실히 우대하겠다. 2007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47%에서 55%로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1%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데, 요새 ‘(그게) 될까’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삿거리가 큰 게 없으니까 (언론이) 노사분규만 쓴다. 그만 쓰면 좋겠는데 자꾸 쓴다”며 이날도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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