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하루 사용료만 288만원…이용객 없어 '휴업'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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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최근 거액을 들여 귀빈(VIP)용 장례식장을 열었지만 보름이 넘도록 이용객이 한 명도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14억6000만원을 들여 현재의 장례식장 3층을 VIP 1인용으로 개조해 12일 개장했다.

이 장례식장은 총 181평 규모로 서울아산병원(150평), 삼성서울병원(100평) 등 다른 대형병원의 VIP용과 비교했을 때도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여러 개의 분향소가 마련된 1, 2층과 달리 3층의 VIP용은 분향소가 하나뿐이다. 따라서 3층 전체를 한 명의 장례식에만 쓰게 되는 셈. 식대와 부대비용을 빼고도 하루 이용료만 288만원에 이른다.

병원은 VIP용이란 이름에 걸맞게 외부마감재를 화강암과 통유리로 치장했다. 또 일본산 바닥재로 복도를 장식했으며 접객실도 좌식과 입식 등 두 종류로 만들었다.

상주가 분향소 옆에서 손님을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접견실에는 샤워실은 물론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수면실까지 설치했다. 30대의 차량이 동시 주차할 수 있는 전용주차장을 만들었으며 전담 운영요원까지 배치했다.

그러나 개장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 이용객이 한 명도 없는 실정. 병원측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홍보가 제대로 안돼 이용객이 없을 뿐”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속으론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서울대병원측은 이 장례식장을 만드는데 든 비용은 전액 동문들로부터 기부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병원이란 인식 때문에 소위 ‘귀빈’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며 “과연 서울대병원이 호화판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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