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역행장관 해임안 낼것"…崔대표 民生정치 강조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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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27일 첫 당무를 시작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당직자들을 향해 이렇게 주문했다. 앞으로 당 운영의 두 가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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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국민과 유리된 정치는 이제 깊이 생각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며 “경제를 살리는 데 역행하는 국무위원이 있으면 가차없이 해임건의안을 내서 밀어낼 것이며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도 분명하게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바뀌었다. 이제 좀 쳐다볼 만하다’고 할 정도로 당과 정치를 혁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의 취임 일성(一聲)에 대해 당직자들은 “최병렬 코드가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 안팎에서 앞으로 정국운영의 키워드로 주목하는 ‘최병렬 코드’는 대략 세 가지.

우선 국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국가주의 코드’. 최 대표가 이날 노무현(盧武鉉) 정부 장관들을 향해 경제살리기를 위한 ‘무실역행(務實力行)’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이에 어긋나는 장관들은 국회 차원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그의 ‘국가주의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시각이다.

최 대표가 노 대통령을 향해 “도울 것은 돕겠지만 원칙적인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치 현안은 ‘강한 야당론’으로 견제하겠지만 경제는 국가운영의 한 축으로서 돕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코드는 ‘개혁적 보수’. 최 대표가 이날 “정치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나라당의 ‘퇴행적 보수행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도 이념적으로는 ‘보수 색깔’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도 이념과 정책면에서 ‘보수-진보’로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경선 기간 중 서청원(徐淸源) 의원이 ‘중간세력 주도론’을 내걸었을 때 “어정쩡한 중간지대는 없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최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사를 방문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자신의 노동부 장관 시절을 얘기하며 “당시에도 언론이 비난기사를 줄기차게 썼지만 언론에 대해 얼굴을 붉힌 적은 없다”며 노 대통령이 언론관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수석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신당에 손을 댄 적도 없기 때문에 뗄 일도 없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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