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강탈 은폐 청와대 개입" 경찰청 감찰조사 발표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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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현대그룹의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50·해외 체류)집 100억원대 떼강도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상적인 사건처리 절차를 따르지 않고 철저한 은폐 수사로 일관해 권력층 주변 인사의 ‘사병(私兵)’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박지원(朴智元) 당시 대통령정책특보 등 권력층의 개입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으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박종이(朴鍾二) 경위가 나섰다고 밝혔으나 보안 유지를 위해 경찰의 최고위 지휘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권력층이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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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입김에 경찰이 '私兵' 노릇

경찰청 임상호(林상鎬) 차장은 27일 이 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발생 직후 김씨가 민정수석실 박 경위(현재 경감)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나 사건을 은밀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이후 평소 친분이 있던 당시 경찰청 이승재(李承栽·경기경찰청장) 수사국장에게 수사 적임자를 추천해 줄 것과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전 국장은 곧바로 서울경찰청 이조훈 강력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했으며 이 계장의 소개로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이 사건을 맡아 상부에 구두로만 보고하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J모텔 등에서 보안을 유지한 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 경위는 이경재 강력2반장에게 2, 3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했고 청와대로 한차례 불러 김씨를 만나 보도록 주선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서울경찰청 이대길(李大吉) 청장은 비슷한 시기에 서대문서 김윤철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쪽(청와대)과 관련된 사건이니 보안에 특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건처리 규정을 어기고 조직 내 정상적인 지휘계통에 대한 정식 문서로 된 보고도 없이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해 사실상 김씨의 사병 노릇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그러나 “기타 외부기관이나 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청탁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며 “보고 누락 및 담당 형사의 향응 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감찰 조사를 통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경찰청 이 전 청장과 경찰청 이 전 수사국장 등 관련자는 모두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며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서대문서 당시 서장과 수사과장 형사계장 반장 등 지휘 계통에 있던 관계자 전원이 “사건은 강력반에 전화가 걸려와 접수했으며 청와대 등 외부의 청탁은 받은 일이 없다”고 해명해 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당시 강력2반 형사들이 피의자들을 평창동 O호텔 등으로 불러내 조사를 하면서 이들이 가져온 ‘발렌타인 17년’ 등의 술을 함께 마신 것으로 드러나 경찰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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